컬러표지, 약 200p.
글쓴이 - 작품명 (주요 인물)
사현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야쿠모 유카리&하쿠레이 레이무)
목마 - 영원의 꽃 (히에다노 아큐&카자미 유카)
풋사과 - 흘러내려 도착한 장소에서 (오노즈카 코마치)
선배 - 닻길 (코메이지 코이시&무라사 미나미츠)
질럿 - 비색교각 (미즈하시 파르시)
도우미 서클 - 참여자(표지그림)
우리는 돼지다 - 숲해파리[파르시], 11837[아큐&유카], 김시발[유카리], 개그림[무라사]
보스룸 앞의 상점 - 로타모[코마치]
상록수림 - 상록수 [표지 디자인]
예약과 통판도 받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특전 있습니다.
예약&통판 신청 게시판 http://hwansodam.com/xe/jumun
사현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유카리는 심장을 톱니로 갈아버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자신에게 고함을 지르는 레이무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슬픔이 아니라 분노를 나타내는 표정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혹, 어쩌면 원망, 어쩌면 회환. 아니다. 그 무엇도 아니고 또한 그 무엇도 맞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한데 모아 섞으면 저런 표정이 나올 것이다.
“빨리!”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레이무의 외침에 유카리는 부채를 꺼내서 입가를 가렸다. 지금 웃어봤자 억지스러운 미소밖에 나오지 않을 테니까.
“지금의 환상향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야. 그래서 모조리 파괴하고, 다시 만들 거야.”
“…너는 분명, 지금의 환상향이 아주 좋다고 했잖아!”
“아, 그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거짓말을 했지만, 오늘처럼 말하기 힘든 거짓말이 없었다. 입에서 계속 말이 헛돌았다. 그러나 해야 한다. 입술을 꽉 깨물어 입을 진정시키고 드디어 말을 뱉었다.
“거짓말이야.”
레이무는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유카리가 봤던 어떤 때보다 더 복잡한 표정들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한 순간에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각오가 된, 냉정한 눈이었다. 하쿠레이의 무녀는 고헤이를 들어 유카리를 가리켰다.
“나는 하쿠레이의 무녀. 환상향을 흔들리게 한 이변을 일으킨 요괴, 야쿠모 유카리를 퇴치합니다.”
목마 - 영원의 꽃
꽃밭이 끝나고, 그 뒤에 보이는 것은 소녀의 키만큼 자라난 해바라기의 밭 이었다. 보이는 것은 오직 해바라기 들 뿐. 그 환한 금색은 내리쬐는 여름의 햇빛 보다 눈이 부실 지경 이었고, 그 놀라울 만큼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반쯤 벌려 버리고 말았다. 소녀는 조심스레 해바라기들을 향해 다가갔다. 소녀는 고개를 위로 들어, 만개한 해바라기를 보며 다시 감탄 했다. 그러는 한편, 걱정도 들었다. 길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해바라기들은 키가 너무 커서, 그 뒤편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혹시 집 같은 게 있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집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감한 일이다.
"으응.."
소녀는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작게 신음 했다. 어떻게 하지? 그냥 해바라기를 뚫고 들어갈까. 아니아니, 그래선 안돼. 소녀는 고개를 흔들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곤 목을 어루만졌다.
"저기ㅡ"
"당신은 누구?"
막 목에 힘을 주어, 크게 외치려는 순간에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막 외치려던 목소리가 쏙 들어가 버리고, 심장은 깜짝 놀라 크게 뛰었다. 딸꾹! 너무 크게 놀랐던 탓 일까. 아니면 쏙 들어간 목소리가 사레라도 걸린 걸까? 갑작스레 시작된 딸꾹질에 소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곤 재빨리 빙글 몸을 돌렸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다. 얼마나 놀랐는지, 터져 나온 딸꾹질도 멎어버렸다.
어깨 높이에서 찰랑 거리는 녹색의 머리카락. 눈동자는 새빨간 붉은 색 이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웃고 있는 것이다. 소녀의 뒤에 나타난 정체 모를 여자 ㅡ 아니, 정체는 이미 알고 있다. 그녀가 바로 사계절의 플라워 마스터, 카자미 유카 다. 그녀는 양산을 어깨에 걸친 체, 부드러운 웃음을 띄우고 소녀를 보고 있었다. 그 붉은 웃음을 마주하니, 소녀는 다리에 힘이 쭈욱 풀리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몸을 지탱 할 수 없어서, 결국 소녀는 주저앉아 버렸다. 아니, 주저앉으려 했다.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유카의 손을 보았다. 막 뒤로 주저앉으려던 그녀를 유카의 손이 지탱 해준 것 이다. 소녀는 내심 이 요괴가 소문만 무성할 뿐 이지, 사실은 무척이나 상냥한 게 아닐까 ㅡ 하고 생각 했지만, 소녀를 완전히 일으키는 유카의 말은 그런 소녀의 생각을 자비 없이 깨트리는 것 이었다.
"뒤에 꽃이 있어."
속삭이듯 말하는 그 목소리는 조금도 높지 않은 부드러운 것 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소녀는 오싹 하고 소름이 돋았다. 유카가 걱정한 것은 소녀 따위가 아니라, 뒤에 있는 꽃 이었던 것 이다. 이 꽃밭으로 들어오면서 걸음 하나하나를 조심 했던 소녀의 행동이 지극히 옳았다는 것이 확인 된 순간 이었다. 이 꽃의 요괴는 꽃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
풋사과 - 흘러내려 도착한 장소에서
“그러고 나서, 고양이가 이끌어 주는 대로 빛을 따라왔더니 내 나루터였다?”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코마치가 물었다. 영혼, 아니 소녀는 그렇다고 했다. 코마치는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했다. 소녀는 옛날이야기를 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조금 우울해졌다. 그렇지만 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면 분명히 다시 동생에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분이 절대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오래 떨어져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동생을 만날 생각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배가 출발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건너편에는 닿지 못하고 있었다. 코마치는 이야기를 다 듣고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저절로 흐르는 배라지만 조금이라도 속도를 더 내줄 수는 없는 걸까 하고 소녀는 생각했다. 바로 그때, 건너편에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뛸 듯이 기뻐했다. 둥글고 투명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난리를 피우니 코마치도 일어났다. 가만 좀 있으라고 성질 내며 코마치도 강 건너편을 봤다. 피안에 거의 다 온 것이다.
배는 서서히 속력을 늦추며 육지에 내릴 준비를 했다. 소녀가 처음 본 건너편 육지, 그러니까 피안에는 새빨간 피안화가 잔뜩 피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마치 이정표라도 되듯이 깨끗한 길이 나 있었다. 소녀는 그 길을 보며 저기가 내가 가야 할 곳이라고 직감했다. 그런데 일어서서 앞을 살피던 코마치의 낌새가 조금 이상했다. 코앞의 육지를 먼 곳 바라보듯이 바라보더니 갑자기 노를 잡고 배의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소녀는 깜짝 놀라 코마치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왜 그러느냐고 따져댔다. 그러나 코마치는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힘차게 노를 저어 배의 방향을 완전히 정반대로 돌려버렸다. 소녀는 영문도 모른 채 다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어지럽게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코마치가 입을 열었다.
“저기는 너 같은 꼬맹이가 갈 곳이 아니야. 네가 진짜 가야 할 길은 이쪽이다.”
선배 - 닻길
코이시는 눈을 닫은 이래, 처음으로 상대방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라사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조용한 나무처럼 서있던 무라사의 손끝이 움직였다. 그 손은 자신의 곁에 놓여있던 닻을 쓰다듬는다. 익숙해 질릴 정도로 만진 애인의 감촉을 느끼듯이, 쓰다듬어 올라간다. 이윽고 손잡이에-그것을 손잡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닿는다.
설마, 코이시는 생각했다. 그러나 무라사는 그것을 들어올린다. 갑판을 청소하기 위해 대걸레를 집어 드는 것 같은 가벼운 손놀림으로, 그것은 들어 올려졌다. 무라사 자신보다 커다란 닻이 가뿐하게 보인다.
무라사가 작게 숨을 들이마신다. 숨소리가 마치 자그마한 바람소리처럼 코이시의 귓가를 맴돈다.
그리고 천장을 향해 던진다. 코이시는 던진다는 행위는 수평으로 나아간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닻은 수직으로 던져진다. 빠른 속도로 높아져만 가는 닻을 코이시는 멍한 눈으로 좇았다. 일순간 저것은 닻이 아니라 그런 모양의 종이나 속이 빈 장식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닻은 있는 힘껏, 천장에 부딪치면서 자신의 질량을 드러냈다. 코이시는 황급히 귀를 틀어막았지만 늦었다. 예민한 지저 요괴의 귓속은 이미 상처를 입고도 남을 충격음이다. 밖에서 들었던 것보다 훨씬 굉굉하다.
귓속을 다쳤기 때문일까, 첫 소리 이후로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손으로 꽉 틀어막은 귓속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불길하게 진동하는 소리로 가득 찬다. 마치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 같다. 그저 멍하니, 무라사를 바라본다. 쿵, 심장이 아릴 정도로 흔들렸다.
무라사는 닻을 던져 올리고, 떨어지는 그것을 사뿐히 받아든다. 그리고 다시 던진다. 닻이 좀 멀리 떨어지면, 타박타박 걸어가 그것을 줍는다. 그리고 다시 던진다. 그 행위에 어떠한 목적의식이 있을지는 모른다. 던지고, 받거나 줍고, 다시 던진다. 그것은 차라리 아름답다고 할 만한 움직임이다. 일절 불필요한 동작 없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닻을 주울 때나 받아들 때나, 발걸음은 최소화하고 던질 때도 큰 움직임은 없다. 예술적인 움직임이었다면 충분히 아름답다고 할 만큼 절제된 동작이었다.
질럿 - 비색교각
정처 없이 강변을 따라 걷던 그녀는, 무심히 강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걸치고 있는 흰 옷은 이미 새빨간 물이 들어 본디부터 그 색인 것처럼 아름다웠다. 길다란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듯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백옥처럼 하얀 얼굴에 빛나고 있는 눈동자는 짙은 녹색이었다. 인간처럼 생겼고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인간이 아닌 것이었다. 헤이안쿄의 밤에 부드럽게 녹아들어가는 그 모습은 한 명의 요괴였다. 한가했던 걸음걸이는 점점 더 빨라졌다. 무언가에게서 도망치는 것처럼, 혹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밤을 연주하기 위해서.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열기는 길게 펼쳐지는 옷자락처럼 뒤를 따랐다. 휘날리는 머리카락은 점점 더 밤의 어둠에 섞여 세상 전체를 뒤덮는 것 같았다. 진한 녹색의 안광은 길다란 꼬리를 끌며 사람 아닌 것들을 유혹했다.
“오늘 밤에는 한층 더 아름다우십니다, 아가씨.”
나생문 앞이었다. 이렇듯 눈 오는 날에도,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눈 사이를 뚫고 울렸다. 미즈히메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작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이런, 이런, 이런... 어찌 된 일인지요. 그렇듯 곱게 단장하시고 그런 차가운 말씀을 하시다니.”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즈히메는 이미 죽었습니다. 인간임을 거부하였습니다. 사랑하던 이를 죽였습니다. 그 피, 그 피가 나를 요괴로 만들었습니다. 추호의 후회는 없사오나 더 이상 비파를 켤 일이 없다는 것이 슬플 따름입니다.”
“...”
나생문 위의 목소리는 잠시 침묵하였다. 그 침묵은 길지 않았다.
“본디 인간이셨습니까?”
“그러합니다만...”
“핫하하...이 늙은이, 눈이 침침하고 귀가 멀었습니다만 아가씨가 인간인 것은 눈치체지 못하였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아가씨는 훌륭한 괴물이셨습니다. 헤이안쿄의 마물이셨습니다. 제가 모셨던 타마모 님에 비견하는 대요셨습니다.”
공동 부스를 사용중입니다.
지령 10b에서는 제 식자를 맡아주시는 것으로 여러분과 접했던 11837님의 '우리는 돼지다' 서클이 참여중입니다.
환소담과 뱦뺴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코앞입니다. 뭇 동덕들의 축제입니다. 준비하고 계신가요? 환소주입니다. 첫 부스 참가입니다.
팬픽 들고 나옵니다. 동덕들에게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