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나타난, 적색의 표시
여기에는 일찍이 영화를 누리던 나라가 있었다.
퇴색한 궁전, 먼지 속의 왕좌, 자연에 빼았긴 폐허의 무리
그것들은, 거기에 예전에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증거을 나타내 줄 흔적은, 서민 한명의 몫도
남아있지 않고, 과거의 존재에 근거가 되어 줘야 하는,
나라에 관해서 기록된 서적도 전혀 없다.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나라가 있었다는 것이 확실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조차 누구도 이 장소를 아는 자가 없었던 것이다.
남아 있는 것은, 운명을 아는 여신이 여기에서 태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서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
너무나도 짧은 신화 뿐
이걸 말하는 나도, 여기에 나라가 있었다는 게 분명한 시대를
살아 왔다.
하지만, 이 나라가 무엇을 주체로 삼고, 누가 다스리고,
무엇을 숭배하며, 누가 살고 있었는지, 무엇 하나 기억도,
글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신화만은, 어찌된 영문인지 「알고 있다」.
마음의 아득히 깊은 곳이, 지식의 대지를 마치 구름처럼 가리는
듯한 감각이 있다. 이성으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필사적으로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구름의 그늘 속에 있는, 극히 일부만 남겨진, 마음과 지혜와
경험의 영역으로부터,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틀림 없이 나라는 있었어!
지식이 언제나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나를 미친 사람을 보는 듯이,
더러운 것을 향한 혐오와, 불행한 사람에게 보내는 동정이 담긴
시선을 보낸다!
어째서, 이 시간을, 공간을, 그리고 역사를 도둑맞은 것 같은 폭거에,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인가!
이 이상한 감각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었던 나는,
역사학자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일생동안, 그 감각이 개이는 일은 없었다.
지금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죽음이라는 시한과 대면하며, 몇 시간이나 남는 기묘한 감각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생각하는 것을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일생동안 뒤쫓았던, 「무언가」를 향한 도전은,
생각지도 못했던 형태로 끝이 나려고 하고 있었다.
예전에 그 존재를 부정했던, 여신들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녀들은 정말 내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어째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소녀들을, 그 여신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내 마음 깊숙히 꽂혀 있던 감각이,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아아, 제일 먼저 접했던 그것이 진실이었던 건가,
내가 일생을 걸고 뒤쫓았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