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클럽과 다윈의 악마


原作者 : えぬじぃ(http://ngroom.chicappa.jp/)
原題 : 秘封倶楽部とダーウィンの悪魔
         (http://coolier.sytes.net:8080/sosowa/ssw_l/?mode=read&key=1232562201&log=68)
그림 : 숲해파리
번역 : 선배
작품 태그 : 비봉클럽, 렌코, 메리





*작품과 이미지는 별로 상관 없습니다.
*다른 곳에도 이 작품의 번역물이 있습니다.























 


「이 악마를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로버트 다윈이다. 그러니, 이것을 “다윈의 악마”라고 부르기로 하자.」

                    ――――아이작・아시모프 저 『현대악마학』中










1.

나는 렌코와 함께, 중화요리 풀코스에 입맛을 다셨다.

대학 근처에 새로 열린 중화요리점에 온 것이다. 물론 평상시에 이런 사치를 부리지는 않는다. 평소에 둘이서 식사를 할 때는, 학생식당이나 적당한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때우고 있다.

이렇게 분발하고 있는 이유는, 이 새 가게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봉클럽이 기념할 활동에 대한 축하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만족감이 넘치는 기분으로, 성게와 말린 상어 지느러미가 들어간 수프를 맛본다. 숟가락이 금속도 플라스틱도 아니고, 두꺼운 도기로 돼있어 사용하기가 까다롭지만, 이것도 중화풍이겠지.

다음에 올라온 것이 칠리소스로 익힌 새우. 테이블에 접시가 놓이는 것과 동시에, 달콤매콤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붉고 선명한 빛깔의 새우를 젓가락으로 들어, 입으로 옮겨 깨물었다.

먼저 칠리소스의 달콤매콤함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것을 맛보고, 새우를 이로 씹는 식감을 즐기고, 그리고 그 후로 약간 감도는 바다 냄새에 만족한다.

그렇게 비싼 가게도 아닌데, 상상을 훨씬 뛰어넘게 맛있다. 나는 얼굴을 활짝 폈다.

그런데도, 렌코의 반응이 시원찮은 게 신경 쓰인다.

처음에는 신기해하는 얼굴을 하면서 냠냠 먹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점점 복잡하게 변해갔다.

「왜 그래. 맛없어?」

「음…… 아니, 맛은 좋아. 맛은 있는데.」

어쩐지 마무리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고 있는 참에 새우도 다 먹고, 다음에 나온 건 기다리던 북경오리구이다.

둥글둥글한 고기를 연상했는데, 소맥분 껍질에 싸여 작게 나뉜 것이 나왔다. 아무래도 이 상태가 요리의 완성인 모양이다.

그럼 이건 어떤 맛일까 생각하면서 젓가락을 뻗는데, 문득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모습에 손이 멈춘다.

보니까, 그녀의 접시에는 방금 전 새우가 아직 절반이나 남아있다.

「정말 왜 그래, 렌코.」

「아니…… 뭐랄까. 역시 안 되겠어, 이거.」

「입에 안 맞아?」

「입에는 맞는데, 마음에 안 맞아. 이거 말이야, 진짜 중화요리가 아니잖아.」

렌코는 그렇게 말하고, 쓰고 있던 투명한 바이저를 벗고, 장갑도 벗기 시작했다.

순간, 혼자서 마음대로 먹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렸지만, 역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리구이를 한 입 집어 그 바삭바삭한 고소함을 맛보고는, 그리고 간신히 쓰고 있던 바이저를 벗었다.

그 순간, 테이블 위의 오리구이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곳에는 반투명한 부드러운 합성식재가 있을 뿐이다. 식욕을 당기는 색조도, 풍부한 향기도 아무 것도 없다.

「메리가 추천해서 와봤는데…… 여우한테 홀린 것 같아서, 아무래도 즐길 수가 없어.」

「홀렸다니 실례네. 어엿한 버추얼 중화요리야.」

버추얼 요리. 그것은 바로 최근에 실용화된, 식사를 즐기는 새 방법이다.

합성식품에는 원래, 색도 맛도 없고, 냄새도 식감도 없기에 먹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들이 합성식품에 만족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착색료・조미료・향료・응고제 같은 것들을 모조리 동원해서, 그야말로 진짜처럼 속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첨가물에는 전부 돈이 들고, 진짜 음식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선 예술적인 구상이 필요해서, 가격은 더 늘어난다.

일상의 식탁에 오르는 요리라면, 대량생산 효과로 싼값이 붙는다. 하지만 평소에 그다지 먹을 수 없는――예를 들면 중화요리 풀코스――같은 경우는, 가격이 현격히 뛰어오른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버추얼 요리다.

실제로는 첨가물 없는 합성식재. 그 상태만으로는 무미무취의 젤리 같은 것으로, 먹어봤자 하나도 재미없다.

그렇지만 뷰 바이저(View Visor)를 사용하면 일변한다. 밖에서 보면 투명한, 얼굴의 윗부분을 가리는 바이저는, 안쪽에서 합성식재를 씌우듯이 CG를 비춰준다. 즉 착용자에게는 단순한 합성젤리가 어엿한 요리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보이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으니까, 바이저의 귀걸이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미각・후각의 신경에 간섭하는 신호를 내보내서, 냄새나 맛을 유사하게 체험하게 한다. 동시에 턱 근육과 신경에도 신호를 보내 촉각을 재현하므로, 씹는 맛도 확실하다.

젓가락으로 들거나 포크로 찍을 때의 감각은 부하나 충돌을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얇은 장갑을 끼는 것으로 보충된다.

이런 연구로 인해, 단순한 맛없는 젤리가 최고급 식사로 다시 태어난다. 이것이 버추얼 요리라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들처럼 가난한 학생들도, 중화요리 풀코스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도 렌코는…… 그게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애초에 버추얼이라는 게 싫은 거야.」

모처럼의 중화요리를 도중에 끊었으면서도, 렌코는 아직도 투덜투덜 불평했다.

한편 나는, 잘 생각해보니 버추얼 요리는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쇼크를 받으면서, 방금 먹었던 멋진 북경오리씨(버추얼)을 위해서라도 반론을 개시했다.

「있잖아 렌코. 버추얼은 열화 카피란 의미가 아니야.」

「뭐였더라? 가상, 이었나?」

「그 말에는 어폐가 있어.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명목은 다르지만, 실질은 같다』란 의미야.」

「실질은 같다……라.」

렌코는 모자를 벗어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다가, 다시 머리 위로 되돌린다. 마치 묘기 같은 움직임이었다.

「왠지 그래도 속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과정은 달라도 결과가 같다면, 그건 구별해야할 게 아니야. 꿈과 현실이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그런 설명이면 더 믿을 수 없는데. 상대성정신학이 그렇다고 해도,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아.」

그 시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면 곤란하다.

아득히 과거의 철학자는 「어쩌면 이 세계는, 모두 내 꿈이 아닐까?」하고 고민했다지만, 현대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다. 구별 할 수 없다면 어느 쪽이든 똑같은 것 아닌가.

그런데도 렌코는 물고 늘어진다.

「메리도 합성죽순이 아니라, 천연죽순을 먹고 싶지 않아?」

「으, 아니, 그야 흥미는 있어. 그래도 맛은 같잖아.」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다를 거야. 맛뿐만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것이.」

그렇게 말하고 렌코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날은 벌써 저물어, 서서히 깊이를 늘리는 밤하늘의 이곳저곳에서 별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19시 9분. 이 어두운 거리는, 하늘 이외의 모든 것은 가짜로 이루어져있어. 인공소재 정글에 파묻혀서, 숨이 막힐 것 같아.」

「도시의 소란스러움이 싫으면 어디 멀리…… 근데, 그러고 보니 렌코. 식사 때 결정하자고 했던 거, 전혀 이야기 되지 않았어.」

「어? 뭐였더라?」

「그거. 장기휴강 예정 말이야.」

이제 곧 대학은 일 개월 가까이 휴일에 들어간다. 텅 빈 긴 시간을 의미 있게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전부터 말해왔던 것이다.

「그래그래. 그거 말인데, 식사 때 좋은 거 생각해냈어.」

「뭔데, 좋은 거라니.」

「환상향에서 장기투숙, 어때??」

렌코는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환상향……이라니, 거기?」

「그래. 그 환상향.」

잘못 들은 것일까 싶어 다시 물어보았지만, 자신만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환상향. 그것은 내가 줄곧 꿈이라고 생각했던 세계였다.

얼마 전에 나는, 꿈속에서 주운 것이 눈을 뜨고 나서도 머리맡에 있다는 괴현상에 고민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그것은 꿈이 구현화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렌코는 그것을 부정했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결계를 넘어서, 실제로 다른 세계를 여행했던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결계의 갈라진 틈으로 빠져 나가니, 그곳에는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은 세계가 있었다.

산 깊숙한 곳에 있는 낡은 신사의 경내로 나온 우리들은, 그곳에서 기묘한 모습을 한 무녀와 만나고, 그 세계가 『환상향』이라고 불리는 것을 알았다.

「――장기투숙이라니, 설마 환상향에서만 일 개월이나 있자는 거야?」

「그래. 메리가 좋아하는 죽순도 잔뜩 먹을 수 있어.」

「죽순은 그렇다 쳐도……일 개월이라.」

전기도 수도도 없을 것 같은 곳에서 그렇게 길게 있고 싶다니. 렌코는 꽤나 환상향이 마음에 든 것일까.

「뭐, 렌코가 가고 싶다면 그걸로 됐어.」

「진짜? 다행이다.」

「요괴나 유령 같은 게 분명히 존재하는 모양이고, 확실하게 눌러앉아 조사하고 싶은 기분도 알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야. 그곳에는 인간의 본래 모습이 있어.」

「인간의 본래 모습?」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확실히 환상향은 인간도 있는 세계지만, 본래 모습이라는 건 무슨 소리일까.

……아아 그래, 일본의 옛 모습과 닮았다는 소리인가.

「그렇구나, 이 나라의 본래 풍경이라는 거지. 확실히 그건, 여기 태생이 아닌 나로서는 알기 어려운 감각이야.」

「아니아니. 일본에만 한정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전체의 경우를 말하는 거야. 그런 진짜가 있다고 생각해.」

시원스럽게 부정된다. 몹시 애매모호한 말이었지만, 나는 그 말에 어쩐지 불길한 것을 느꼈다.

왜냐면 렌코의 말대로라면, 마치 우리들이 있는 이 세계에는…… 본래 인간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2.

그로부터 수일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학의 휴일이 시작되고, 나와 렌코는 시골의 낡은 역에 내려섰다.

여기서 당분간 산길을 오르면, 하쿠레이 신사가 있다. 환상향으로 이어지는 결계의 틈 중에서, 그곳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정돼있다.

신사까지 걸어서 두 시간 정도. 갈아입을 옷으로 가득 찬 가방을 짊어진 소녀에게는, 조금 지치는 등반이다.

하지만 거기다가 렌코는 「자 이거 메리 몫.」하고 엄청 무거운 배낭을 내밀었다.

 들어보니 모래주머니 같은 감촉을 느꼈다. 뭐지 이거, 괴롭히는 건가.

「……일단 묻겠는데, 이거 뭐야?」

「체제비야.」

「체제비?」

「메리도 참 이런 점에선 둔감하다니깐. 자, 일단 걷자! 가면서 얘기해줄게.」

렌코에게 재촉 받아 걷기 시작했다. 배낭의 무게가 묵직하게 어깨에 더해진다.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고 길을 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체제비라니, 하이퍼인플레이션도 아니고, 어째서 배낭 가득한 무게를 등에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어느 정도로 돈뭉치를 가져갈 셈이야.

……응? 잠깐. 지금부터 가는 곳은 환상향이었지, 그러면 지폐 따위는 가져가봤자…….

「……그렇구나. 저쪽에선 이쪽 돈을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니까.」

「그래 맞아. 이제 눈치 채다니, 여전히 둔하구나.」

「그럼 이건 귀금속? 그런 것 치고는 큰 것 같은데.」

「아깝네. 금이나 은을 준비하는 건 수고스럽고 수수료도 드니까 관뒀어. 그러니까 다른 물건으로 대체했답니다.」

「다른 물건이라니?」

「수크로오스(sucrose)야.」

「뭐야 그게.」

「화학식 C12H22O11. 뭐, 평범하게 말하면 설탕이지. 화학과에 아는 사람이 대량으로 남겨두길래, 조금 나눠받았어.」

이 모래 주머니 같은 감촉은 그래서인가…….

「환상향에 대해서는, 전에 갔을 때 그 무녀한테서 들었지? 그다지 넓지 않은 산 속이, 결계로 격절된 세계라고.」

「그래,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만, 왜 설탕이야?」

「살짝 조사해봤었는데. 천연 설탕은, 열대 지역에서밖에 나지 않는 사탕수수라는 식물에서 얻는대.」

「그렇구나. 그렇게 들으니 이 무게도, 사금을 짊어진 기분이 드네.」

환상향의 식재료는 전부 자급자족 천연소재일 테니까, 설탕을 얻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달콤함에 굶주린 저쪽 주민들에게는, 이 등의 모래주머니가 비싸게 팔린다는 것이다.

「옛날 일본인은, 감보다 단 걸 먹어본 사람이 좀처럼 없었나봐. 환상향이라도 그 부분은 똑같겠지.」

「뭐, 합성감밖에 먹은 적 없는 우리들도, 옛날 감 맛은 모르지만 말이야.」

「그것도 저쪽에 가보면 알거야.」

나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짐을 짊어졌으면서, 렌코의 발걸음은 가볍다.

나는 몇 번이나 넘어질 것 같으면서도, 가까스로 따라붙고 있는데.

「잠깐만 렌코, 빠르다니까. 좀 천천히 가.」

「어라. 메리도 참, 운동부족 아니야?」

「이 산길이 문제야. 포장도 엉망진창이잖아.」

하쿠레이 신사로 이어지는 길은 도중에서 정비가 끊긴 건지, 비바람에 썩은 채로 남아있다. 이곳저곳이 잡초로 뒤덮여, 젖은 길에 다리를 옮길 때마다 피곤이 더해진다.

렌코는 붕괴직전의 도로를 빙글 돌아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걸 보면,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절실하게 실감하게 돼.」

「뭐야 그게.」

「몰라 메리? 뭐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것은 최종적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한다는 거야.」

아아, 그거라면 확실히 배운 것 같기도 하다.

렌코는 「사실은 열역학만의 이야기지만.」하고 말문을 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이게, 모든 것에 통용하는 법칙이라고 생각해.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 무너지고, 복잡한 것은 단순해진다, 모든 것은 정연(整然)에서 난잡(乱雑)으로 된다.」

「흐응. 렌코 방이 난잡한 것도, 엔트로피 때문일까.」

「……어쨌든, 이 문명사회도 차츰차츰 붕괴로 향하고 있어. 정부는 『선택받은 인간에 의해 정신적으로도 풍부한 사회를 실현했다.』라고는 하는데 일시적일 뿐이야. 멸망으로 달려가는 문명의 수명을, 다소 늘린 정도에 지나지 않아.」

「어머, 미래예지? 렌코는 언제 전공을 심리역사학으로 바꿨니.」

그렇게 얼버무린다. 어쩐지 렌코는, 현대 기술문명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라면 엔트로피 등등 어려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이 나라에 옛날부터 있어온 『성자필쇠의 이치』라는 한 마디로 끝나버리니까. 뭐 그래도, 그것은 이과의 의지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렌코에게 맞부딪칠 반론이 떠올랐다.

나는 악동처럼, 짐짓 놀리는 것 같은 어조로 물어본다.

「있지 렌코, 역시 엔트로피 법칙은 열역학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해.」

「왜 그러는데.」

「왜냐면 생물을 생각해봐. 단순한 박테리아에서 시작한 생명은, 몇 십 억년에 걸쳐 복잡한 인간까지 진화하잖아. 이건 엔트로피 법칙에 해당하지 않다고 봐.」

이겼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렌코는 마치, 질린 농담이라도 들은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아―, 그거. 그건 착각이야. 다윈의 악마라고 하는.」










4.

그리고 우리들은 결계가 갈라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 환상향에 도착했다.

저쪽 세계에서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하쿠레이 신사가, 이쪽에서는 신선한 나무 향의 어엿한 건물이었다. 엉망진창이던 포장길도 사라지고, 빈틈없는 손길로 다듬어진 돌길로 변해있다.

「뭐야, 당신들. 또 왔어.」

그런 목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본다. 토리이의 밑동에 기대 앉아, 찻잔을 한 손에 든 무녀가 그곳에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하쿠레이 레이무. 이 신사의 무녀로, 환상향 결계의 관리자라고 한다.

전에 나와 렌코가 함께 환상향에 왔을 때도, 가장 처음에 그녀와 만났다.

「안녕하세요, 레이무씨. 이번에는 여기서 길게 묵으러 왔습니다만.」

어딘가 나른해 보이는 레이무와는 정반대로, 렌코는 최고조였다. 꼬리가 있었다면 떨어질 정도로 흔들고 있었을 것이다.

「묵는다고? ……나 참. 놀려고 결계를 넘은 건, 당신들이 처음이야.」

「아뇨! 이건 놀러온 게 아니라, 비봉클럽의 숭고한 활동으로써웁!」

「자자, 렌코, 연설은 됐으니까.」

아까부터 지나치게 흥분하는 친구의 입을 막는다. 역시 곤란한가 싶었는데, 레이무는 딱히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고, 느긋한 표정이었다.

「뭐, 모처럼 왔으니까 차 정도는 대접할게. 올라와.」

레이무에게 안내 받아 하쿠레이 신사 안으로 들어간다. 겉에서 보면 어엿한 신사의 본전(本殿)이지만, 뒤편으로 돌아보면 현관이나 툇마루가 있어서, 거주 공간과 일체화하고 있는 것 같다. 신이 깃드는 장소는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

그리고 우리들은 다다미를 깐 방에 들어왔다. 다실과 닮아있었는데, 밥상이나 옷장이나 찬장 같은 것들이 놓여있어 생활감이 있다.

「――근데, 저번에는 당일치기였으니까, 이번엔 묵을 예정?」

차를 내오면서, 레이무가 그렇게 묻는다.

「예. 렌코랑 둘이서 일 개월 정도. 레이무씨한테 민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뭐 딱히 상관없어. 메리와 렌코, 였지?」

「아, 네.」

레이무는 찬장에서 기름종이로 감싼 센베이를 꺼내서 밥상에 놓고, 자기도 한 개를 오독오독 깨물기 시작한다. 스스럼없는 태도에 나는 맥이 빠졌다.

렌코는 속 편하게 놀러가자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사실 나는 무정하게 내쫓기지는 않을지, 또는 귀찮은 소란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결계를 넘은 적은 지금까지 몇 번인가 있었지만, 그 결계의 관리자와 만났을 때, 대체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뭐, 그쪽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출입을 제한하고 싶어서 결계를 펼친 것인데, 그것을 엉망으로 밟아 넘어오는 것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결계 관리자는, 무척이나 침착한 태도로 우리들을 맞이했다. 좀 긴장감 같은 것이 없어도 되는 걸까.

「이것 봐 메리, 이거 먹어봐. 엄청 딱딱해!」

렌코는 잽싸게 센베이를 화려한 소리를 내면서 갉아 먹고 있다. 너는 슬슬 침착해져라.

「근데 길게 묵다니, 어디서 잘 생각인데.」

레이무가 그렇게 물어온다.

전에 환상향에 왔을 때는 「밤에는 잡아먹혀.」라고 경고받기도 해서 날이 저물 즈음에 돌아갔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거점을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 그러니까, 호텔……이 아니라 민박? 은, 어디 있나요.」

「환상향에서 숙박으로 장사하는 사람은 없어. 누구한테 잠자리를 빌릴 수밖에 없겠네.」

「그럼, 이 신사에서 묵게 해줄래!?」

입가에 센베이 조각을 붙인 친구가 그렇게 외친다.

나는 숙박시설이 없다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렌코는 예상했던 것 같다.

「음―, 뭐 괜찮은데, 근데 설마, 공짜로 때울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이지. 자 메리, 그걸 꺼내.」

무척이나 의기양양한 렌코에게 재촉 받아, 배낭에서 설탕 주머니를 꺼낸다.

렌코도 등에 매고 있던 설탕주머니를 내려놓고,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어때? 이만한 설탕이 있으면, 한 재산 되겠지. 이 신사도 재건해버리라구.」

레이무는 순간 멍한 얼굴을 했다가, 곧 쿡쿡 웃기 시작했다.

「잠깐…… 어디서 착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설탕이 그렇게 가치 있는 건 아니야.」

「헷!? 어, 어째서? 여기선, 설탕은 수확할 수 없잖아?」

「아―그래. 그런 발상이었구나.」

레이무는 팔짱을 끼고 끄덕였다. 왠지 그 행동은 렌코를 연상시켰다.

「유감스럽게도 환상향은 완전한 자급자족은 아니야. 밖에서 물자를 조달하는 요괴가 있어. 재배 장소는 모르겠지만 설탕도, 어딘가에서 얻어와.」

「으, 그, 그럼, 이건 완전 무가치? 무거웠는데…….」

「아니, 고급품은 확실해보이니까 안심해. 그래, 이 양이면…… 뭐 한 달 숙박비는 되려나.」

그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만큼이나 어깨와 허리를 고생시키며 가져온 것이 무가치였다면, 지금쯤 렌코를 돌 위에 정좌시키고 무릎 위에 설탕 주머니를 쌓을 참이었다.

「근데 당신들, 준비 잘했네. 얼마 전에 여기로 이주한 무녀는, 본 적도 없는 지폐를 흔들면서 『돈을 쓸 수 없다니, 돈을 쓸 수 없다니』하고 떠들어대던데.」

「어? 이주한 사람이 있어?」

「그래. 여기에 길 잃고 들어와 그대로 정착하는 사람도 있지만, 계획적으로 이사한 신사도 있어.」

그건 의외였다. 영락없이 완전히 격리된 환경이라도 생각했었는데, 이주해온 사람까지 있다니.

레이무는 설탕을 손가락으로 조금 집어 핥아보면서 조금 고민하더니, 툭하고 중얼거렸다.

「뭐, 어느 쪽이냐면 역시, 소금이 좋았을 텐데.」

「왜? 설탕 쪽이 더 수요 있잖아.」

그렇게 물어보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이 돌아온다.

「설탕이 없어도 인간은 살지만, 소금이 없으면 죽잖아.」

「그래?」

「그래. 나뭇잎풀뿌리에 된장과 소금을 섞어 먹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라는 말도 있고.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소금은 빠트릴 수 없어.」

그렇게 나이가 다르지도 않은데, 묘하게 생활고가 묻어 나오는 말이다.

이 환상향은 예상과 다르게 완전한 자급자족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식량 부족 같은 일도 있는 걸까.

「그럼…… 제일 먼저 묻겠는데 오늘 저녁 메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죽순!」

그렇게 외친 것은 물론 나……가 아니라 렌코였다. 왜 날 가리키면서 외치는 거야.

「연근(蓮根).」 ※역주 : 연근은 렌콘(れんこん)으로 읽힙니다.

대항해서 나도 렌코를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한다. 불만 있는 얼굴로 노려본다.

레이무는 그런 우리들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그래, 알았어. 그럼, 모처럼 설탕도 쓸 수 있고, 닭은 누가 나눠주려나…….」

말하면서 레이무는 미닫이를 열고, 툇마루에서 바깥으로 나갔다.

눈치 채고 보니 날은 저물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5.

「자, 그런 의미에서 치쿠젠니(筑前煮) 만들어봤어.」

식탁에 요리 접시가 놓이자, 나와 렌코의 입에서 「오오―」하고 감탄 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쿠젠니라는 요리는 처음 들었지만, 본 것만으로도 굉장함을 알겠다.

그릇 안에 들어있는 것은, 동글동글한 고기와 야채 덩어리. 진한 회색에 네모난 것은 곤약이고, 가늘고 긴 것은 우엉일 것이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것은 아마도 표고버섯. 거기에 선명한 오렌지색의 당근과, 녹색 강낭콩이 색채를 더하고 있다.

게다가 구멍 뚫린 이것은, 렌코의 이름과 닮아서 크게 웃은 적도 있는 연근이다.

그리고, 그리고, 이 새하얀 것은 그야말로…………죽순.

환상향의 죽순이니까, 틀림없이 천연물이다. 지금까지 합성 죽순밖에 먹었던 적이 없으니까, 과연 천연 죽순은 얼마나 향기로운 맛일지, 상상하기만 해도…….

「메리, 침 흘러. 침.」

「바, 바보. 농담하지 마.」

렌코의 목소리에 무심코 입가를 닦는데, 역시 그렇게까지 추태를 보이진 않았다.

그렇긴 해도, 그만큼 놀라도 어쩔 수 없다. 색색의 식재가 아무렇게나 담긴 모양은 그만큼으로도 사치스러운데, 게다가 전부가 천연물인 것이다.

「왜, 왜 그래. 그렇게까지 숨죽이고 보는 것도 곤란한데. 평범한 요리고.」

「아니, 환상향에서는 단순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 세계에서는, 응……」

「이 정도도 드물어? 바깥 세계는 풍족해서 식료가 곤란하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식료는 풍부한데, 그렇지.」

「그치.」

렌코와 눈을 마주친다.

이제 우리들 세계에서 천연물의 식재료는 환상과 마찬가지라, 합성식재뿐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복잡한 색과 모양을 가진 음식은, 합성품으로는 매우 비싸서 좀처럼 맛볼 수 없다.

「뭐 좋아. 그럼 먹어볼까.」

레이무한테 권유받아, 우리들은 「잘 먹겠습니다.」하고 손을 모으고 젓가락을 들었다.

바로 죽순을 집어, 입으로 옮겨, 천천히 씹었다.

희미한 죽순 향기가 코까지 올라오고, 혀에는 국물 배인 맛이 가득히 퍼진다.

「음―! 맛있다!」

……하고, 외친 건 렌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조금 맥 빠진 기분을 맛보고 있다.

확실히 맛있다. 맛도 향기도 촉감도 최고급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합성죽순의』최고급과 다를 게 없는 레벨이다.

지금까지 내가 먹은 죽순 중에서는 최고의 맛이라는 건 변함없다. 하지만 월등히 맛있다는 것도 아니고, 정경이나 분위기로 맛을 끌어올린 거잖아? 하는 생각까지 든다.

뭐랄까…… 천연물은 좀 더 이렇게, 상상을 뛰어넘는 맛이 아닐까 기대했었으니까, 어딘가 실망한 기분이 든다.

「왜 그래 메리. 생각에 잠기고.」

「입에 안 맞아?」

렌코와 레이무가 나를 들여다본다. 나는 당황해 어물거렸다.

「아, 아니야. 조금 감동해서. 이 죽순, 굉장히 맛있어서.」

「그치. 나는 이, 닭고기 맛이, 뭐랄까. 맛있으니까.」

「렌코는 고기가 마음에 들었구나. 그보다 이 연근, 둥글둥글한 감촉이……맛있어서.

「메리는 진짜 죽순 같은 걸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이 강낭콩의 맛이랑 향, 말하자면 굉장히 맛있어서.」

「……우선 칭찬해주는 건 고마운데, 당신들한테 요리 평론가 재능은 없구나.」

맛있다는 감상밖에 나오지 않는 우리들을, 레이무는 기가 막히게 바라본다.

분하니까 렌코와 둘이서 「이 향긋한 하모니가……」 라던가 「혀 위에서 녹는 부드러움이……」라고 말해보다가, 바로 포기하고 평범하게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온 메뉴를 모두 비우고, 식후에 나온 차를 마신다.

그럼, 내일은 어쩔까 생각하고 있자니, 마음을 읽었는지 레이무가 말을 건넸다.

「그래서, 당신들. 내일부터 어쩔 거야?」

「우선 요괴라는 걸 보고 싶습니다만.」

렌코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녀만큼 신중함과 상관없이 사는 아가씨도 없다.

하지만 확실히, 그 마음은 잘 안다. 현대 일본은 영적연구가 진행되고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개념적일 뿐이고, 동물원에서 판다를 보는 것처럼 유령이나 요괴를 구경할 수 없다.

그러나 환상향에서는, 유령도 요괴도 분명하게 사회시스템의 일환에 들어있다. 그것은 견학하고 싶지 않다는 게 거짓말이다.

「요괴라. 뭐 그거라면 인간 마을에서 보는 게 안전하려나. 걸어도 하루사이에 되고.」

「인간 마을에 요괴가? 사람 먹는 게 아니었어요?」

「물론 먹는데, 인간 마을에서는 날뛰지 말라는 규칙이 있어. 밤길을 걷거나 산속에 가지 않는 한, 요괴한테 먹힐 걱정은 그렇게 없어.」

레이무의 말에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후에 덧붙이듯이 「어디까지나 그뿐이지만.」하고 중얼거린 것이 조금 불안하지만, 렌코는 그런 일을 신경 쓰지도 않고 연달아 질문을 날린다.

「그러고 보니 아까, 바깥 세계에서 이사한 신사가 있다고 했는데, 어디 있나요?」

「아―, 모리야 신사. 거긴 요괴 산 정상에 있으니까 그렇게 간단하게는 못 가. 뭣하면 안내자라도 부르는데…….」

「아,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돼요. 그래도 확실히 만나보고는 싶네요.」

「그쪽 무녀는 인간 마을에 잘 내려오니까, 혹시 만날지도 몰라.」

레이무와 대화하는 렌코를 보면서, 나는 약간 위화감을 느꼈다.

환상향에 온 것은 장기투숙, 즉 휴가를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데도 렌코의 눈은 연구를 할 때처럼 빛나고 있다.

역시 그것이 본심이었나. 결계를 넘어서 하는 조사는 금지되고 있으니까, 논문을 발표하는 일도 할 수 없으니까, 지적호기심에 져서 비공개 자료를 모으려고 한다던가.

하지만 그렇다면, 나한테까지 숨길 필요는 없다. 비봉클럽은 애초에 금지된 결계 넘기를 위한 서클이니까.

그럼 역시――.

문득, 불안하고 답답한 것이 가슴 속에서 솟구치지만,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렌코의 모습을 보고, 불안한 구름은 바로 걷혀 사라졌다.










6.

 

다음 날, 우리는 하쿠레이 신사에서 출발해 산길을 내려갔다.

레이무는 「날면 금방이야」라고 말했지만, 당연히 그럴 수 있을 리가 없고, 꽤 먼 거리를 걷게 됐다.

하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고, 길도 휘어져 있어 돌아서 가는 기분이 든다.

「잠깐만 렌코…… 너무 빠르다니까.」

「미안미안. 근데, 굉장한 숲이네. 당장이라도 요괴가 튀어 나올 것 같아.」

「레이무 씨는 『요괴한테 공격당하면 내 이름을 대』라고 했지만, 진짜 괜찮을까.」

「그렇게 발이 넓을 것 같진 않은데, 신관이기도 하니 부적으로는 되겠지.」

포장도 되지 않고, 나무뿌리로 울퉁불퉁한 길은 굉장히 걷기 힘들었다. 평상시에도 운동에 서투른 나는, 또 다시 숨을 고르면서 주저앉았다.

「아─, 안 되겠어. 잠깐 쉬자.」

그렇게 말하면서, 마침 쓰러져있던 나무에 털썩 걸터앉았다.

렌코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근처에 앉는데, 문득 무언가를 눈치 챘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 메리.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

「하지 마, 이럴 때 겁주려들다니.」

「설마 요괴는 아니겠지, 이만큼 깊은 산 속이면 곰이라던가 나올 것 같고…… 잠깐 보고 올게.」

「어, 위험하니까 그만둬…… 잠깐 렌코!」

멈출 새도 없이, 순식간에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기다려 보지만,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설마 정말로 곰이나 요괴가 나온 걸까. 갑자기 불안해져 자리에서 일어나, 렌코가 들어간 근처 수풀을 가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머지않아 수풀은 사라지고, 돌연 내 눈앞에 작은 초원이 펼쳐진다. 그리고 렌코는 한쪽 구석에서, 처음 보는 소녀와 대화를 하고 있다.

「잠깐 렌코! 뭐 하는 거야!」

「아, 메리. 자, 여기로 와.」

그러면서 손을 흔드니, 어쩔 수 없이 탄식하면서 렌코에게 걸어간다.

잘 보니 렌코와 대화하던 소녀는, 레이무처럼 겨드랑이가 보이는 이상한 무녀 복을 입고 있다. 그러나 색깔은 파란색을 주로 하고 있다.

가까이 가니, 렌코는 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자, 메리도 이거, 먹어봐.」

「뭔데 이게?」

「산딸기, 라나 봐.」

그녀의 손 위에는, 작은 열매가 몇 개 올라가있다.

근데 딸기라고는 하지만, 평소 보던 딸기보다 훨씬 작고, 색도 노란 것부터 검붉은 것까지 여러 가지다.

머뭇거리면서 검붉은 것 하나를 집어 입에 옮긴다.

그러자 은은하게 달콤하고 향긋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열매라기보다는, 마치 특이한 칵테일 같은 맛이다.

「아, 맛있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음으로 노란 것을 먹어 본다. 이번엔 굉장히 시다. 무심코 눈을 감았다. 그러나 신맛이 가시자, 상쾌한 뒷맛이 천천히 올라온다.

우리들이 평소 먹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복잡한 맛이었다.

「응. 맛있어. 근데 이거, 비싼 거 아니야? 왠지 미안한데.」

「그게 말이야, 여기서 자라는 거래.」

그렇게 말하면서 렌코는 씨익 웃으면서, 주변을 가리켰다.

「재배하고 있다고?」

「아니, 자생이야. 마음대로 자란다는 거야.」

「뭐?」

그 말에 무심코 놀란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람들 손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제대로 된 음식이 저절로 만들어진다니, 바로 믿을 수는 없었다.

「이 사람이 여기서 산딸기를 채집하고 있다고 하길래, 잠깐 도와줬어.」

「코치야 사나에라고 해요. 죄송해요, 친구 분을 멋대로 붙잡아둬서.」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바구니를 들고 무녀 복을 입은 소녀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나도 뒤늦게 이름을 밝히면서,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런 게 자동적으로 자란다니…….」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산딸기 하나를 입에 넣는다.

내 독백에 렌코가 대답했다.

「어해? 헤히. 히헤 하호 하연헤 호습히야…….」

「아니, 입에 있는 건 삼키고 말해.」

「읍, 우, 음, 응. ……어때, 메리? 이게 바로 자연의 모습이야.」

「확실히 굉장하네. 누가 디자인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복잡한 색과 맛을 한 음식이 저절로 자란다――이게 바로 자연의 모습이구나.」

감개무량하게 끄덕이는 우리에게, 코치야씨는 머뭇거리면서 물어왔다.

「혹시 두 분께서는, 바깥 세계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네, 맞아요. 그래봤자 어제 막 온 참이지만.」

「와아, 역시 그렇군요! 사실 저도, 수년 전에 바깥에서 이사해왔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코치야씨는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분명 레이무가 『바깥 세계에서 이주한 무녀가 있다』고 했는데, 이 사람이었구나.

「코치야씨가 밖에서 왔다는 무녀였군요.」

「사나에라고 불러도 돼요. 그나저나, 저 다음으로 온 외래인을 만난 건 처음이에요. 바깥 세계에서 스와 호수랑 신사를 가져 왔는데, 큰 소란은 없었나요? 뭣보다 갑자기 호수가 사라졌으니까.」

「네? 스와 호수?」

수년 전에 일본 어딘가에서 호수가 사라졌다는 뉴스는 들은 적이 없다.

「스와라면 나가노 현의 스와 지방? 그곳에 큰 호수가 있다고 들은 적은 없는데요.」

「어, 아니, 그럴 리가…… 오미와타리(御神渡り)[각주:1]라던가 모르시나요?」

전혀 들어본 적 없다.

렌코한테 시선을 돌리니, 기억 깊은 곳을 뒤지는 것처럼 복잡한 얼굴을 하고, 툭하니 중얼거렸다.

「……분명 예전에는, 스와에 커다란 호수가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그렇죠. 있었죠?」

「근데 그게, 엄청 옛날이야기에요. 교토환궁보다 훨씬 전 이야기니까.」

「네? 교토환궁?」

「진키(神亀) 시절의 천도 말이에요. 일본의 수도가 교토가 되기 훨씬 전.」

「일본의 수도라니……언제부터 도쿄가 아니게 된 거죠?」

망연한 얼굴로 되묻는다.

나는 문득 깨달아, 이번엔 이쪽에서부터 물어보았다.

「저기, 사나에씨. 당신이 온 건 기원 몇 년 일이죠?」

「기원? 아, 서기 말이군요――.」

그리고 사나에가 말하는 년도를 듣고, 우리들은 굉장히 놀랐다. 다음에 내가 이번 년도를 말하자, 그녀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들과 사나에의 시대는, 무서울 정도로 달랐던 것이다.

역사에는 그다지 밝지 않지만, 사나에가 있던 시대는 전설의 호킹 박사가 살았던 시절과 거의 동년대인 것 같다. 합성식재도 없고, 빈곤이나 독재가 아직 근절되지 않았을 정도로 옛날이다.

「있잖아 메리. 이 환상향은 과거 세계인 걸까? 아니면 현재?」

「그건 상대판단이 되니까 똑 부러지게 말할 순 없겠지만……우리들은 정규 루트가 아니고 결계에서 갈라진 틈으로 다녔으니까, 우리가 시공을 도약한 가능성이 높다고 봐.」

우리들로서도 놀라운 일이지만, 사나에 쪽에서 충격은 더 클 것이다. 뭣보다 그녀들이 보기에 우리들은 미래인이니까.

「두 분은 그런 미래에서 온 거군요! 저기, 그때, 미국이나 프랑스는 아직 있나요? 차는 하늘을 날아요? 핸드폰은 얼마나 발달했어요?」

흥미 넘치는 얼굴로 차례차례 물어온다. 압도당한 나를 대신해 렌코가 차근차근 대답하고, 그러면서 사나에에게 환상향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들은 이야기에 열중했는데, 곧 사나에는 어떤 일을 떠올렸는지 이야기를 끊었다.

「아, 이런 곳에서 길게 이야기 끌어서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은 하쿠레이 신사로 가는 건가요?」

「아니, 우리들은 거기서 묵고 있어. 이제부터 마을에 가려고 했고.」

「그렇군요.」

산딸기를 넣은 바구니를 어깨에 걸치고, 사나에는 복장을 정돈했다.

「괜찮으시다면 배웅해드릴까요. 저도 가던 도중이고, 재밌는 이야기도 들려준 답례 겸. 여러분은 하늘을 못 날죠? 저라면 함께 모셔갈 수 있어요.」

「에, 그치만 미안한데…….」

「기꺼이! 메리가 완전히 지쳤는데 감사해요.」

거절하려던 것을, 렌코의 활기 넘치는 목소리에 차단당했다.

어째서 일본인도 아닌 내가 사양 정신을 발휘하고, 순일본인인 렌코가 거꾸로 하는 걸까.

「그럼, 제 손을 잡아 주세요. 날고 있는 도중에는 절대로 손을 놓지 말고.」

「음…… 완력에는 자신이 없어서, 계속 매달릴 자신이 없는데.」

「턱걸이랑은 다르니까 괜찮아요. 손을 잡고 걷는 느낌만으로 문제없어요. 자.」

그렇게 말하면서 내민 손을, 반신반의로 잡아 본다. 렌코는 반대 측 손을 잡고 있다.

그러자 다음 순간, 갑자기 체중이 가벼워진 감각이 들고, 발에서 지면의 감촉이 사라진다.

우리들 셋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자, 좀 더 고도를 올릴게요.」

「근데 이거, 아래에서 보면 어떡해?」

스커트를 누르면서 물어본다. 그러자 사나에는 「각도를 고려해서 주의하세요.」라면서 웃었다.

그렇게 마을을 향해 날기 시작했지만, 나는 하늘을 날게 됐다는 감동보다도, 밑에 사람이 있나 신경 쓰여서 어쩔 수 없었다.










7.

그렇게 해서 우리들은 마을로 내려섰다.

그곳은 나무로 만든 집이 늘어선, 작은 취락이었다. 아마 한 바퀴 돌아도, 하루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일 것이다.

재미있는 건, 오기 전에는 옛 일본의 촌락 모습이리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는 소수이기는 해도 서양식의 건물도 있고, 양복을 입은 사람도 꽤 보였다. 레이무가 말했던 것처럼 바깥 세계의 이주자가 나름대로 있는 것일까.

사나에가 「전 이제부터 양과자 가게로 갈 건데, 여러분은?」하고 물어보기에, 렌코와 눈짓으로 끄덕이고, 우리들도 따라가기로 했다.

조금 걷자, 오픈 테라스를 가진 서양식 건물에 도착했다.

어딜 봐도 가게 이름이 써있지 않지만, 여기가 양과자 가게인 것 같다. 어디선가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아마도 인구가 적기 때문에, 간판이 없어도 입소문만으로 알게 할 수 있겠지.

「실례합니다, 모리야에서 왔습니다만―.」

테라스에서 안으로 말을 건넨다. 그러자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사나에는 할머니에게 매고 있던 바구니를 건넸다.

「여기, 약속했던 산딸기에요. 죄송해요 늦어져서.」

「아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마침 지금, 타르트가 구워진 참인데.」

할머니가 얼굴에 주름지게 미소를 지었다.

「어머나, 근데 이 두 분은…….」

「렌코씨랑 메리씨에요. 산에서 만났는데, 산딸기 따는 걸 도와주셨어요. 바깥에서 막 왔다고 하구요.」

「외래인이셨군요, 그거 참…. 괜찮으시다면, 우리 집 타르트라도 맛보고 가세요.」

『기꺼이!』

렌코와 목소리를 똑같이 대답한다. 역시 이것만큼은 사양할 수 없다.

할머니는 느린 발걸음으로 점내로 돌아간다. 그리고 과자를 담은 큰 접시를 손에 들고 천천히 돌아왔다.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에 올라온 것은, 커다란 사과 타르트였다. 바탕 위에 깔끔하게 잘린 사과가 올라간 채로, 예쁜 갈색으로 구워져있다.

「자자, 그럼, 마음껏 드셔보세요.」

우리들은 할머니의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사나에와 함께 셋이서 테이블에 앉아, 손을 모아서 「잘 먹겠습니다」하고 먹기 시작했다.

타르트를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감각이 먼저 혀에 퍼진다. 다음으로 말끔한 신맛이 느껴지고, 마지막으로 아련한 단맛이 퍼진다. 절묘한 맛이다.

설탕을 그다지 넣지 않았기 때문일까. 우리들이 언제나 먹던 과자와는 달리, 강렬해서 뒷맛이 나쁜 달콤함이 없이, 향긋하게 스며드는 감미로움을 지니고 있다.

꾸준히 사과 타르트를 해치우는 우리들에게, 할머니는 미소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맛있나요? 그거 잘 됐군요. 나이도 나이니까, 혀에 자신이 없었는데. 그런데 그대로라면, 가게에 내놔도 괜찮겠네요.」

「정말 맛있어요.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해요.」

「그래요? 그래도 아가씨들은 밖에서 왔으니까, 더 좋은 걸 먹던 게 아니니?」

「아뇨, 그게…… 우리들이 있던 곳에서는 음식이 비싸서, 좀처럼 맛있는 걸 손에 넣기 힘들어서요.」

미래에서 왔다고 설명하는 것도 귀찮으니, 적당히 넘긴다. 할머니는 「그렇구나. 바깥세상도 고생이네.」하고 납득했다.

「그래도 그런 걸 빼더라도 정말 맛있었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거라면 매일이라도 오게 되겠어요.」

내 말에 사나에도 동의하면서 말한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면서도, 문득 얼굴을 흐린다.

「그래도 요즘에는 몸도 약해져서 말이지. 많은 손님들이 오면, 기다리게 만드니까 미안한 기분도 들어요. 특히 점심때는.」

「이 가게, 할머니 혼자서 하시나요?」

「그렇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이 도와줬는데, 마침 출산기라서, 누가 단기간이라도 일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뺨에 손을 대고 그렇게 말하고, 「아, 그렇지. 홍차도 있단다.」하고 할머니는 일어나서, 천천히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이 사라지자, 내 소매가 끌어당겨졌다.

「왜? 렌코.」

「있잖아, 저기. 나 말이야, 이 가게 좀 도와볼까 싶은데.」

「어? 일한다고?」

「응. 장기투숙이라기보다 워킹 홀리데이가 되겠지만. 아, 물론 메리가 싫다면 관둘게.」

「싫다고는 안 했어…… 관광할 시간이 적어지는데, 괜찮아?」

「응. 이런 접객업을 체험하는 것도 엄연한 관광이고.」

렌코는 웃으면서 가볍게 말하지만, 그 눈은 진지했다.

나는 조용하게 숨을 내쉬고, 그리고 미소 지었다.

「렌코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좋아. 뭐 하긴, 나도 군것질할 정도로 돈이 있었으면 싶긴 했어.」

「어? 메리도 일한다는 거야?」

「당연하지. 이렇게 재밌는 일, 독점시킬 순 없잖아.」

마침 그때, 포트를 손에 든 할머니가 천천히 돌아왔다.

우리들의 아르바이트 응모는 미소로 환영받아, 다행히도 내일부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8.

그리고 우리들의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했다.

아침에는 하쿠레이 신사에서 일어나고, 산길을 걸어서 양과자 가게에서 일하고, 근무 후에는 마을을 둘러보고, 해가 질 무렵에는 하쿠레이 신사로 돌아갔다. 그런 매일이다.

근무시간에 바쁜 것은 런치 타임의 4시간 뿐. 그 시간에는 나름 손님으로 붐비지만, 두 사람이서 나눠서 일하면 크게 바쁜 것도 아니다.

화폐단위가 다르니 급료가 타당한지는 몰랐지만, 조금 사치스러운 외식을 해도 남을 정도의 일급이었으니, 상당한 것 같다.

곤란한 일이라면 한 가지 있다. 작업복으로 받은 웨이트리스 옷이 지나치게 귀엽다고 해야 하나……살랑살랑에다가 팔랑팔랑 일색이었던 것이다.

렌코는 의상을 본 순간, 태어난 것 자체를 후회하듯이 얼굴을 붉혔는데, 옆에서 보고 있자니 재밌었다. 뭐, 나도 그렇게 짧은 스커트랑 오버니삭스 조합에는 질렸지만.

그래도 금방 익숙해졌다. 2주 정도 지난 지금은 우리들도 능숙하게 일을 해내, 손님과 담소할 여유까지 있다.

「호오. 그럼 그대들은 관광하러 온 외래인이라는 건가.」

「네, 그래요.」

「과연 환상향도 변했구나. 설마 관광 목적의 손님이 올 줄은.」

카스테라를 먹던 손님이 끄덕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도시락 상자처럼 생긴 별난 모자를 쓴 여성이다.

「옛날에는 여기에 오는 건 나라에서 쫓겨난 사람이나 조난자뿐이었다만. 시대가 변했다는 거겠지.」

「아뇨, 제 능력이 너무 특이해서 그런 거예요. 달리 이런 걸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바깥 세계에서는 공공연히 말할 수 없었던 내 『눈』도, 이 환상향에서는 혈액형이라도 이야기하듯이 가볍게 말할 수 있다.

이곳에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손님으로 왔던 사람들 중에도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나, 순간이동 하는 사람 등, 터무니없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다.

「흐음. 그건 좀 아쉽군. 인간 측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주었으면 싶었는데.」

「인간측?」

「아아. 얼마 전부터 지저 요괴가 이곳에 놀러 오게 돼서 말이지. 요괴들끼리 새로운 교류가 생기고 있으니, 인간들에게도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거든. 그대들은 여기서 정착할 생각은 없는 건가?」

그때 렌코가 홍차를 가지고 나타났다. 손님의 컵에 붉은 액체를 따르면서, 이렇게 물었다.

「근데 손님. 그렇게 간단하게 타지 사람이 정착해도 괜찮나요?」

「물론이다. 환상향은 바라는 누구라도 환영하지.」

여성은 크게 끄덕이며 어깨를 폈다. 렌코는 「감사합니다. 생각해볼게요.」하고 거절하는 빈말을 입에 올리면서도, 눈은 밝게 빛났다.





그리고 오늘의 아르바이트도 끝나고, 우리들은 종업원 대기실에서 갈아입고 있다.

살랑거리는 웨이트리스 옷을 신중하게 벗는 렌코한테 이야기한다.

「저기, 렌코.」

「응, 뭔데?」

평소랑 다름없는 렌코에게, 어떻게 물어봐야할까 망설였지만,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한다.

「이미, 그럴 생각이지.」

「응.」

간단하게 대답이 돌아온다. 뭐가, 라고도 묻지 않는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거지.」

「응.」

「……그렇게, 저쪽 세계가 싫었던 거야?」

그렇다. 렌코는 이 환상향으로 이주할 생각이다. 게다가, 애초부터 그것이 목적이었다.

「싫다는 건 아니지만. 왠지 엇갈린다고 느끼기 시작해서, 그게 점점 커다랗게 되고 마니까.」

렌코는 옷을 벗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 기대 담담하게 천장을 올려보았다.

「어딜 봐도 진짜가 없잖아. 교토에 나란히 선 엄숙한 사원도 합성수지로 만들어졌고, 식사는 전채부터 편의점 빵까지 전부 합성식재. 열차를 타면 창밖에는 합성영상이 틀어지고. 모조품, 가짜밖에 없잖아. 뭐, 그것밖에 몰랐으면 불행도 없었겠지만…….」

아아, 그런가.

렌코는 나를 계기로 해서, 환상향을 보고 말았다. 이, 진짜가 넘치는 세계를.

「태어난 세계가 가짜로만 칠해진 것에, 어떻게든 견딜 수 없었어. 그림책밖에 모르던 아이 같은 기분이야. 그러니까 이 환상향에 왔을 땐 기뻤어. 보는 거, 만지는 거, 맛보는 거, 남김없이 그 자체, 어디에도 속임수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 렌코는 문득 불안해진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본다.

「……메리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던 건, 미안해.」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어?」

「불안했어. 게다가…… 혹시 이대로 작별…….」

「무슨 소리야! 렌코도 참, 내가 싫은 거야? 헤어지고 싶어?」

렌코의 등을 세게 쳤다.

그녀는 일순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신반의한 모습으로 물었다.

「……그치만 메리, 이쪽 세계로 괜찮아? 전기도 없고 연구실도 없고, 그리고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불안해하는 렌코를 향해, 거리낌 없는 미소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네가 있잖아.」

……역시, 조금은, 부끄러웠다.

렌코도 얼굴을 새빨갛게 했지만, 이윽고 기쁜 듯이 크게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결정됐으니까 렌코, 바로 살 곳을 찾아보자. 언제까지 하쿠레이 신사에만 신세질 수는 없으니까.」

「아, 응. 그래도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잖아. 바깥세상에는 한 번 돌아가서 생각해도.」

「미리 봐두는 거라면 해둬도 손해는 없잖아. 자, 빨리 갈아입자.」

「응…………앗, 아야.」

옷을 벗던 렌코가, 갑자기 다리를 누르면서 찡그렸다.

「왜 그래?」

「아니, 왠지 다리가 아파서. 근육통인가.」

렌코의 다리를 들여다본다. 신고 있던 오버니삭스를 벗기자, 그 밑에 멍처럼 검은 얼룩이 잔뜩 생겨있다.

「뭐야 이거, 어디 부딪친 거 아니야?」

「그런 기억 없는데.」

「어쨌든 이 정도라면, 오늘 부동산 돌아보기는 중지겠네. 빨리 돌아가서 빨리 쉬자.」

「응. 그래야겠어.」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하쿠레이 신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날이, 렌코가 그 양과자 가게에 다닐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다.










9.

다음날. 렌코는 몸 상태가 나빠 도저히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일어서는 것이 겨우일 정도로 다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아르바이트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그 양과자 가게에는 사과하면서, 휴가를 받았다.

「응―, 감기인가.」

다리 외에는 딱히 나쁜 곳이 없는 렌코는, 하쿠레이 신사의 이불에 누워서, 그렇게 바보 같은 말을 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어차피 렌코는 평소 운동부족이었으니까 탈난 거야.よ」

「메리가 멀쩡한데, 그건 말도 안 돼―.」

입은 잘도 살아있다.

그러나 레이무까지 이마에 손을 얹으면서 「열은 없는 것 같은데. 과로 아니야?」하고 말하니까, 렌코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오늘 하루는 얌전히 있어.」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가, 나와 렌코만 남았다.

「아―, 정말. 자기만 하는 건 아까워. 하루 손해 보는 기분이야.」

「괜찮잖아, 하루 정도. 이제부터 쭉 여기서 살 거잖아?」

그렇게 말하자 렌코가 활짝 웃고는 얌전해진다.

「그나저나, 오래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문득 렌코의 이마에 손을 댔다. 확실히 열은 없고, 오히려 차갑다.

……차갑다?

「저기 렌코. 너, 평소에는 체온 높았지.」

「내가 높기 보다는, 메리가 저체온이지. 나는 마음이 넓으니까 몸도 뜨거워.」

농담으로 대답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갑자기 불안이 솟아올랐다.

평소 렌코는, 나보다 훨씬 체온이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손대도 차갑다고 느낄 만큼 체온이 떨어져있는 건 어쩐 일인가.

「……렌코, 이불 한 장 더 가져올게. 따뜻하게 하지 않으면 안 돼.」

「네네. 나 참. 메리는 걱정이 심하다니까.」

하지만 그 불안은 적중하고 말았다.





다음날. 렌코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눈은 새빨갛게 충혈 되고, 다리에 났던 멍 같은 얼룩은 더 늘어났다. 이제는 일어나는 것도 괴로운 것 같다. 게다가 체온은 몹시 차가웠다.

역시 이 정도면 단순한 감기나 피로는 아니다. 레이무는 의사를 부른다면서, 어딘가로 날아갔다.

「렌코, 괜찮아?」

「으―. 좀 심각할지도.」

「혹시, 여기 풍토병에 걸린 게 아닐까. 이렇게 자연이 남아있다면, 여러 가지 병도 아직 남아있을 테니까.」

「음―, 그건 아닌 것 같아. 나, 제대로 범용면역예방접종 받기도 했고. 그리고 레이무도, 본 적 없는 병상이라니까.」

들으면 들을수록 불안해진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걱정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레이무가 부른 의사가 찾아왔다. 빨강과 파랑을 나눠서 칠한 이상한 복장을 한 여의사였다.

「그럼, 진찰할 테니까. 우선, 혀 내밀어.」

렌코의 신체 이곳저곳을 확인하고, 문진을 하고, 본 적도 없던 도구를 대거나 한 뒤, 여의사는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다니 이상한데.」

레이무의 질문에 여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모든 병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자만이었나 봐. 이런 증상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

「어떤 약이라도 만들 수 있잖아?」

「병의 원인을 모르면 약은 만들 수 없어. 우선 그것부터 조사해야만 하니까, 바로 처방할 수는 없겠어.」

「렌코는 괜찮은 건가요?」

내가 묻자, 복잡한 얼굴을 하면서도 그녀는 끄덕였다.

「전력으로 조사해볼게. 우선 위안뿐이지만, 영양제를 내줄 테니 먹어둬.」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여의사는 돌아갔다.

렌코는 야윈 얼굴을 하면서도, 어쩐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 의사 봤어? 주사기 가지고 채혈까지 했어. 환상향 의료 레벨도 무시할 수 없겠는데.」

「네네, 까불지 말고 영양제 먹어.」

건네받은 알약을 렌코에게 내민다.

그녀는 그것을 야금야금 갉아 먹다가, 가루 때문인지 격하게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메, 메리…… 물.」

「지금 갖고 올 테니까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면서, 슬쩍 렌코의 얼굴을 확인한다.

입가에 핏물이 흩날리는 게 보였다.





다음날이 지나고, 그리고 이틀이 더 지났다.

렌코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다.

자고 있을 때 고통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항상 병을 모르고 돌아다녔던 그녀로서, 신체의 자유를 잃고 나날이 악화되는 병상은 고문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속이 빈 눈동자로 바깥 경치를 바라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있잖아 메리.」

이불에 누운 채로 렌코가 입을 열었다.

「나 말이야. 혹시, 이대로 죽는 걸까.」

「그럴 리 없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바보 렌코.」

곁에 앉아있던 나는 즉시 부정하고, 반쯤 화낸 표정으로 렌코의 이마를 약하게 찔렀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환자가 약해지는 건 당연하다, 주위 사람은 그것을 지탱해줘야만 한다.

「그보다 렌코, 그 양과자 가게에서 과자 받아올까.」

「됐어. 식욕 없으니까.」

「그런 말 하면 안 돼. ……아얏!」

뭔가 가져오려고 일어서던 나는, 갑자기 다리에 닥친 고통에 소리를 높이면서, 무심코 주저앉았다.

가시라도 찔린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다리를 살피지만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신에, 내 다리에 희미한 멍처럼 얼룩이 떠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똑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증상이 나타난 렌코의 다리와.

나도…… 같은 병인 걸까. 렌코랑 똑같은……

「메리…….」

모습에서 예상했는지, 렌코가 이불속에서 불안하게 말을 건다.

공포가 방안에 가득 퍼지려고 한다. 무심코 비명을 지를 것 같던 순간,

「병의 원인을 알았어.」

그 여의사가 레이무와 함께, 미닫이를 열면서 갑자기 나타났다.





여의사는 들어오자마자 내 다리를 살피고 「아아, 역시 당신도 발병했구나.」하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발병이라니, 그래서 이 병은 뭔가요!? 정말 낫는 건가요!」

여의사의 침착한 태도에 화가 나, 무심코 외치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냉정한 채로 대답했다.

「고칠 방법은 확실히 있어. 하지만 그 약은, 바로 만들 수는 없어.」

「무슨……소리인가요.」

「당신들의 병은 비타민 결핍증. 말하자면 일종의 영양실조야.」

비타민 결핍증?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레이무가 먼저 반론했다.

「영양실조? 그럴 리 없어. 하루 세 끼 제대로 먹고 있다고 말했잖아.」

「비타민 결핍은 평범한 영양실조가 아니야. 매우 미량이면서 필수적인 영양소, 그게 부족해서 일어나.」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이상하잖아.

나는, 레이무를 이어서 말했다.

「비타민 결핍증은 들은 적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불균형적인 식생활은 안 했어요. 게다가 환상향에 온 지 삼주정도밖에 안 됐고, 그렇게 단시간에 일어날 리 없는데.」

「그래, 그렇지. 보통 비타민 결핍증은 어떤 것이라도 수개월에서 수년간 섭취하지 않았을 때 시작하니까, 기존의 비타민으로는 일 개월 정도는 문제가 될 리 없어.」

「그럼 왜……」

「미지의 비타민이 부족한 거야.」

그렇게 말한 여의사는, 시험관을 꺼냈다. 안에는 채혈했던 렌코의 피가 들어있다.

「당신들, 외래인이라고 했지? 여기 포함돼있던 세포를 조사했어. 그 결과 알아낸 건, 거기 있는 그녀――그리고 아마 당신도, 보통 인간과는 유기화합물의 합성능력이 다르다는 거야.」

「그건…… 어떤…….」

「즉 당신들에게는, 기존의 비타민 영양학의 개념이 해당되지 않다는 거야. 보통 인간이라면 전혀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미지의 비타민을 섭취할 필요가 있어.」

「그, 그치만! 저희는, 이 나이 될 때까지 불편함 없이 살았어요!」

「그게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그래서, 당신들은 저쪽 세계에서 평소 뭘 먹었어? 일주일정도 틈을 주지 않고, 말 그대로 매일같이 주식으로 삼았던 게 뭔데?」

그렇게 물어봐도 곤란하다. 바깥세계에서도, 그렇게 정기적으로 먹는 약처럼 입에 대고 있던 적은 없다.

먹던 것도 매우 보통이다.

합성쌀이나 합성고기, 합성밀가루에 합성물고기에, 합성우유에 합성달걀에……

……합성……에다가, 합성……이랑, ……합성……같은……

말을 잃은 나를 보고, 여의사는 마치 판결을 내리는 것처럼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짐작갈만한 곳이 있나 보구나. 그럼 바로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그걸 먹어. 그게 유일한 치유법이야.」

지나친 쇼크에 아연실색하면서, 멍하니 렌코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돌아누운 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다윈의 악마한테 당했어.」하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환상향에 오기 전에 산길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문득 떠올렸다――









3.

「다윈의 악마? 렌코는 또 묘한 말을 하네. 왜 엔트로피랑 진화론에서 악마가 나오는 거야.」

「맥스웰의 악마랑 관련 있는 거야. 그 얘기라면 들은 적 있지.」

「그건 분명 알고 있는데, 다윈으로는 처음 듣는데.」

「자주 있는 진화론의 오해야. 생물의 진화는 꼭 복잡화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야. 예를 들어 지렁이가 있는데, 그건 원래 멀쩡한 다리가 있었고, 제대로 눈도 달리고 촉각도 있는 생물이었지만, 땅속생활에 적응한 결과 그렇게 단순한 모습이 된 거야.」

「그건 퇴화라고 하지 않아?」

「단순화된 것을 퇴화라고 부르는 건 인간의 편견. 진화와 퇴화는 마찬가지야. 생물은 단지,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뿐이니까.」

「음―. 근데, 보다 복잡한 기능을 가진 신체가 되는 편이, 생존에는 유리할 것 같은데.」

「메리는 지렁이님을 무시하네. 지렁이가 사억 년 전에 탄생해서, 멸종하는 일도 없이 온 세상에서 번영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땅속이라는 환경에 있어서는, 그 모습이 가장 낫기 때문이야.」

「그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데. 복잡하지 않은데도 우수하다니.」

「그런 거야. 애초에 동물도, 단순화의 방향으로 나아가 『퇴화』된 거니까.」

「무슨 소리야?」

「원시 생물은, 무기물만을 먹고 유기물을 합성하면서 살았어. 그것을 독립영양생물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식물 등이 그래. 하지만 어느 시대부터인가, 무기물에서 합성하는 것을 귀찮아해서, 타인이 만드는 유기물을 빼앗는 무리가 나타났어. 이게 종속영양생물인데, 동물은 모두 여기에 속해.」

「그러고 보니 식물연쇄를 거슬러 올라가면, 마지막은 꼭 식물이었지.」

「즉 동물은, 유기물을 합성하는 기능을 버린, 퇴화한 생물이야. 메리도 그러니까 식물님께 사과해.」

「뭐, 그건 나중에 산소랑 같이 사과하겠는데……. 그렇구나. 진화했다고 해도, 복잡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는 거네.」

「그래. 그럼, 여기서 등장하는 다윈의 악마, 다른 이름으로는 자연도태. 그것은, 차례차례 돌연변이로 신종이 탄생하는 생물들 중에서, 환경에 적응하지 않는 녀석들은 차츰 지워가는 역할을 하지.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만 남는 것과 남지 않는 것, 어느 경우가 『단순』일까?」

「그야…… 환경에 적응한 생물뿐인 세계가 되는 편이 『단순』이겠지…….」

「설령, 적응한 생물이 복잡하게 돼있더라도――」

「――그것은 단순화이자, 엔트로피의 증대……라는 거지.」

「그래. 그게 다윈의 악마야.」










10.

이렇게 우리들의, 환상향에서의 장기투숙은 끝났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합성식품을 먹기 시작하자, 렌코는 순식간에 회복했다.

하지만 몸만 건강해졌고, 마음은 아직도 침울해있다.

「렌코, 밥 사왔어.」

이제 괜찮겠지만, 만약을 위해 나는 렌코의 간병을 계속했다. 그래봤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지금의 렌코에게 손을 빌려줄 필요도 없고, 다만 장보기만 할뿐이다.

테이블에 햄버거 세트를 늘어놓는다. 원재료는 합성밀가루에 합성소고기, 거기에 합성감자와 합성계란정도겠지.

렌코는 순간 혐오하는 시선을 햄버거로 향했지만, 결국 체념한 표정으로 그것을 손으로 집어, 힘없이 물었다.

「저기 렌코. 이 음식 안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걸까.」

「……글쎄.」

「미지의 비타민…… 본래의 인간이라면 필요 없는 물질까지 섭취해야만 한다. 그런 우리들은 대체 뭘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이야. 단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테크니크일뿐.」

「호모 테크니크?」

「기술문명 안에서만 살 수 있는 인간 말이야.」

「아아…… 그래. 문명이 오래 계속되는 동안 지혜 있는 인간은 어느새 사라지고, 기술문명에 의존하는 인간만 남았구나.」

그리고 두 명은 입을 다물고, 서로 조용히 햄버거를 입에 계속 옮긴다.

기운을 불어넣어주려고 나는 새삼 밝은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낙담할 필요 없어. 며칠 정도 놀러 가는 건 괜찮잖아?」

「응, 그건 이제 신경 쓰지 않는데……」

렌코는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만약 이 문명이 없어지고, 합성식품을 만들 수 없게 되면, 인간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야…….」

그 뒤로는 말하지 않는다.

「이미 인간은 마지막까지, 이 거짓 우리 속에서 살아야만 해. 아니, 우리가 아니라 수조겠지. 망가지면 죽으니까.」

밖에서는 석양이 지면서 빌딩이 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스스로 어떻게 사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은, 그 그림자 속에서 즐겁게 귀로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의 기술 사회가 붕괴라도 하는 일이 있으면, 설령 그 후에 수백만의 사람들이 살아남았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적합한 환경은 사라지고 말아, 다윈의 악마는 인정사정없이, 일말의 여유도 없이, 그들을 일소시킬 것이다.」

          ――――아이작・아시모프 저 현대악마학』中









비봉클럽의 두 사람은 합성식품만 먹어서 몸에 나쁘겠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만,

혹시 사실은 반대가 아닐까. 그런 발생으로 썼습니다.







  1. 호수의 얼음이 갈라져 솟아오르는 현상. 나가노현의 스와 호수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으로, 제신이 호수를 건넌 흔적이라고 일컫는다. (네이버 일본어 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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