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색 메모리


原作者 : 浅木原忍 (http://r-f21.jugem.jp/)
原題 : 闇色メモリー
         (http://coolier.sytes.net:8080/sosowa/ssw_l/?mode=read&key=1250764821&log=84)
그림 : 11837
번역 : 선배
작품 태그 : 비봉클럽, 바보 사인조와 보호자...같은 오리캐 있음, 루미미스가 내 먹이사슬, 꽤나 백합






























 

 




      一


여름은 밤, 이라고 마쿠라노소시1)가 말했지만, 여름에 밤이 찾아오는 것이 느리다.

익숙하지 않은 차림을 한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초조하게 시계로 눈을 돌렸다.

시간은 열아홉시.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들자, 아직 태양이 가라앉지 않은 하늘에, 달과 별이 엷게 빛나고 있다. 나 참, 달과 별에서 정확한 시각을 알아봤자, 늦게 와선 의미가 없잖아.


눈앞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이쪽에 시선을 던진다. 내 머리 색과 이 모습이 다소 불균형이라고는 자각하고 있다. 그것이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목을 끄는 것은 틀림없다.

――어울린다고, 아키는 말했지만.

활짝 웃는 히메다 아키의 얼굴을 떠올리고, 나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첫 데이트에 나가는 중학생 같은 얼굴이야.』

그렇게 말한 소꿉친구에게는, 근처에 있던 봉제인형을 던졌다.

――단지, 내 모습이 이상하지 않은지, 신경 쓰일 뿐.

자기 자신에 들으라는 듯이,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지극히 마이페이스에, 타인의 시선에 무관심한 그 파트너와는 다르다.

하아, 하고 한 번 더 한숨을 쉰다. 열아홉시 삼분 이십오초. ――슬슬 오려나.


「기다렸지, 메리.」


호랑이도 아니면서, 웬일인지. 종종 걷는 발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분 삼십초 지각.」

「정확히는 삼분 이십팔초야.」


전혀 기죽는 모습도 없이, 우사미 렌코는 밤하늘을 올려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반올림하면 삼분 삼십초야.」

「아쉽지만, 반올림하면 열아홉시 정각.」


변함없는 대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렌코의 모습을 보았다.

반소매 블라우스 한 장에 짧은 검은색 스커트. 상당히 터프한 모습이다. 마침 눈앞을 지나가는, 셔츠와 반바지 차림새로 지나가는 남성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면서, 머리에는 평소의 모자를 제대로 쓰고 있는 건 불균형인지, 뭐랄지.

뭐, 거친 모습이라면 나도 거칠다고는 하겠지만――.


「뭐, 어쨌든 해도 졌으니까, 가자 메리.」


햇빛이 사라진 하늘을 올려 보고, 렌코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내려보고, 나는 반쯤 뜬 눈으로 렌코를 응시했다.


「한 마디도 없는 건, 너무하지 않아?」


내 말에, 「응?」하고 렌코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아, 메리.」

「응.」

「여드름 났다.」

「어디!?」

「농담이야.」


당황해서 뺨을 가리는 내게, 렌코는 크게 웃었다. 무심코 뺨을 부풀린 내 얼굴을, 갑자기 렌코가 들여다본다. 렌코의 손이 내 손에 닿았다. 조금, 차갑다.


「유카타, 의외로 어울려, 메리.」

「……의외로, 는 빼 줘.」


정말, 한마디가 쓸모없다. 고개를 젓는 내게, 렌코는 고양이 같은 미소를 띠운다.

어둑해져가는 경치 속에서, 가로등 불빛이 나와 렌코를 비추고 있다.


「뭐야, 메리. 연인사이 같은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

「그런 게, 아니라.」

「메리가 예쁘다는 건, 이제 와서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거야.」

「――――」

「회장까지, 손잡고 갈래?」


놀리고 있는 건지, 렌코가 어디까지 진심인지, 나로서는 조금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내밀어진 렌코의 손을 잡는 것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정도는―― 내 안에서, 우사미 렌코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만은, 자각하고 있다.

렌코의 오른 손을 마주 잡는 내게, 렌코는 돌아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가자, 메리.」


여느 때처럼 내 손을 잡아당기며, 렌코는 타박타박 걷기 시작한다.

빠른 걸음으로 그에 이끌린다. 나는 렌코의 등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렌코가 놀라주길 바랐던 걸까, 라고.

익숙하지 않는 차림새로 몸을 꾸미고, 머리카락을 올려 묶은, 평상시와 다른 내 모습에.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도는―― 알고 있는데도.

이렇다 저렇다 정리하지도 않은 채.

나는 결국, 앞을 걷는 렌코의 뒷모습에, 한숨을 억누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二


요컨대, 여름방학의 불꽃대회였다.

정확히는 아직 학기말 리포트가 약간 남아있었지만, 어쨌든 학기 강의는 무사하게 종료되고, 실질적으로는 여름방학에 돌입한 칠월의 끝자락.

『메리, 주말에 불꽃놀이 보러 갈래?』

평소대로 《카페 달시계》의 테이블석에서, 렌코는 그렇게 말했다.

비봉클럽으로서? 아니면―― 우사미 렌코 개인의 권유?

내 물음에, 렌코는 『후자야』하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 나는 익숙하지 않은 유카타를 몸에 걸치고, 렌코의 곁을 걷고 있다.

발밑의 타일을, 나막신이 달칵달칵하고 높은 소리를 내면서 두드린다. 역시 익숙한 샌들을 신는 것이 좋았을까. 발밑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조금 후회했다.

곁에서 걷는 렌코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하게 거친 옷차림의 남성과 유카타의 여성 조합이 눈에 띈다. 이렇게 넘치는 사람 속에서, 나와 렌코도 묻혀있는 것일까. ――렌코가 여자 아이에, 내가 천연 금발이라는 점만 빼면.


「렌코도 유카타 입고 오면 좋았을 텐데.」

「메리, 유카타는 원래 약식 복장이라구?」

「괜찮잖아. 유카타는 이제 여름축제정도밖에 안 입는 문화유산이니까.」


애초에, 그렇게 말하는 렌코의 모습이 상당히 약식 복장이다.


「뭐 그래도, 언제나 반쯤 졸고 있는 메리한테는 잠옷 유카타가 어울리겠네.」

「일어나 있어.」

「정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우는 렌코에게, 나는 코웃음을 냈다.

요즘 이상한 꿈만 꾼다고 해도, 지금 이렇게 걷고 있는 건 현실이다.

붙잡은 렌코의 손이 지닌 옅은 차가움이, 현실이 아닐 리가 없다.

그것을 확인하듯이 세게 쥐자, 렌코의 가는 손가락이 꾸욱 하고 마주잡아온다.

단지 그뿐인 일에, 자그마한 행복이라고 느끼고 마는 나에게, 작게 한숨을 쉰다.


「오, 축제라는 느낌이 드는걸.」


인파 저편으로 보이는 포장마차의 행렬에, 렌코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위세 좋은 판매원의 목소리. 솜사탕, 타코야키, 빙수, 나란히 서있는 예부터의 서민적인 포장마차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러 모인다.


「뭐 좀 먹을래?」

「포장마차 음식은 비싸잖아.」

「촌스러운 말 하지 마. 타코야키 먹자, 타코야키.」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잡아당기는 렌코. 지갑은 채워왔으니 괜찮겠지, 하고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뭐, 렌코가 말하는 것처럼 촌스러운 걱정이겠지만.


「타코야키―!」


하고, 포장마차에서 타코야키를 주문한 우리 뒤에서 들려오는, 기운 좋은 아이의 목소리.


「어머~, 안녕하세요.」


뒤돌아보니, 면식 있는 여성의 얼굴이 있었다. 시라이시(白石)씨다. 다리 근처에는 시끌벅적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 미치루(みちる)와 친구들의 모습이다.


「안녕하세요, 시라이시씨. ……고생이시네요.」

「뭐, 그렇죠~」


솜사탕이나 초콜렛 바나나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시라이시씨는 쓴웃음 짓는다.

하지만 딸인 미치루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정해서, 저번에 있었던 두 사람의 사건에 조금 관여했던 나로서는, 그것이 흐뭇하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나 타코야키 세 개!」

「미치루, 그, 그렇게나 먹는 거야?」

「나만 아니라, 아이(あい)도 먹는 거야.」

「으、응」


받은 타코야키 팩을 아이한테 건네주면서, 미치루는 기쁜 듯이 달리며 시라이시씨에게 돌아왔다.


「여기!」

「……엄마 거니~?」

「응, 엄마 거.」

「고마워, 미치루.」


머리를 쓰다듬는 시라이시씨에게, 미치루는 기분 좋게 웃었다.

사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하고 렌코가 속삭여, 나는 끄덕였다.


「렌코 누나, 달고나 뽑기로 승부하자!」

「오? 좋아, 덤비라구.」


리쿠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렌코를 잡아당긴다. 잠깐 갔다 올게, 하고 손을 흔드는 렌코를 눈으로 배웅한다. 그리고 문득 이쪽을 올려 보는 시선을 눈치 챈다.

이 장소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 혼자 내가 모르는 얼굴이었다. 미즈키(みずき)와 손을 잡고, 큰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는 소녀. 머리에 큰 리본이 흔들리고 있다.


「언니는, 렌코 언니 친구인 건가―?」

「응? 그, 그런데.」

「그―런 건가―.」

「그렇구나~♪」


끄덕이는 소녀와, 곁에 있는 미즈키가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그보다, 렌코를 알고 있는 건가. 여전히, 렌코의 교우 관계는 잘 모르겠다.


「루미(留美), 미즈키, 빙수 먹을래?」

「먹는 거다―」

「나도~♪」


시라이시씨가 부르자,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채로 대답했다. 리본 소녀는 루미라고 하는 것 같다. 미치루, 아이, 리쿠, 미즈키, 루미, 사이좋은 오인조인가. 다 같이 돌보는 시라이시씨도 고생이다.


「소란스러워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축제니까.」


리쿠를 데리고 돌아온 렌코에게, 시라이시씨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뽑기를 손에 들고 있는 리쿠에게, 렌코는 뭔가 비법을 전수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상대도 능숙한 렌코는, 의외로 유치원 선생을 꿈꾸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이만, 또 봐요.」


다섯 명을 데리고, 시라이시씨는 혼잡함 속으로 사라졌다. 태풍 같은 아이들을 눈으로 배웅하고, 나는 작게 숨을 돌렸다. 인파 속에 있는 것만으로 체력이 드는데, 아이들을 상대하니 더욱 지친다.


「좋겠다, 여름방학에 친구랑 같이 불꽃놀이도 보고.」


렌코는 태연한 모습으로, 맛있게 타코야키를 우물거렸다.


「메리도 먹을래?」

「응.」

「그럼, 자, 아―.」


끄덕인 내게, 렌코는 이쑤시개로 꽂은 타코야키를 하나 내밀었다. 팩이 아니라.

아니, 아무래도 이 혼잡한 귀퉁이에서 그건 어떨까 싶다. 사람들이 보는 눈이란 것이,


「자 메리, 식겠다.」

「…………아―.」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자, 뜨거운 타코야키가 굴러들어왔다. 하후, 하고 뜨거움을 우물거리고, 그리고 렌코를 바라보니, 파트너는 여전히 경박하게 웃고 있다.


「맛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내게, 렌코는 언제나처럼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렌코의 표정 하나하나가, 지금의 내게는 근질거렸다.

『언니는, 렌코 언니 친구인 건가―?』

갑자기, 루미의 말이 떠올랐다. ――그 질문에, 아니, 하고 답할 수 있는 날이 만약에 온다면.


「아, 슬슬 시간 됐다. 우리들도 가자.」


렌코의 손이,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조금은 차가운 이 감촉을, 놓치지 않게 나는 꼭 쥐었다.






      三


포장마차가 늘어선 길에서 빠져나와, 강가로 들어갔다.

열아홉시 사십분 이십이초, 하고 렌코가 밤하늘을 올려보며 중얼거렸다. 불꽃놀이 개시까지 시간이 맞은 것 같다. 사람들이 각자 장소를 잡는 가운데, 빈 장소를 찾아 나와 렌코는 걸었다.

익숙하지 않은 나막신에 발밑이 신경 쓰였다. 갑자기 렌코가 멈추었다. 내가 돌아보자, 렌코는 인파 속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니, 또 본 적 있는 얼굴이 있었다.

다리 위의 특등석을 확보해두고, 행복하게 솜사탕을 먹고 있는 사이온지(西園寺)씨다. 곁에는 콘노(紺野)씨의 모습도 있다. 두 사람 다 유카타를 입었고, 어깨를 서로 기댄 모습이 굉장히 흐뭇해보였다.


「있잖아 메리, 저기 아직 자리 여유 있을 것 같지 않아?」


렌코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눈썹을 모았다.

아니, 그건 좀 뻔뻔하잖아――라고 내가 대답하기 전에, 렌코는 내 손을 이끌어 걷는다. 나막신을 달그락거리면서,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어머나, 한씨랑 우사미씨. 안녕하세요~.」


우리들을 눈치 채고, 사이온지씨가 손을 흔들었다. 다행이라면서 렌코는 인파를 헤치며 그쪽으로 나아간다. 흐름에 이끌려, 나도 그곳에 도착하고 만다.


「복잡해서 힘들었죠. 여기, 괜찮으시다면 앉으세요~.」


렌코의 계획대로, 사이온지씨가 장소를 비켜주었다. 렌코는 고개를 꾸벅이고, 재빠르게 그곳에 몸을 드밀었다. 「죄송합니다.」하고 나도 고개를 꾸벅 숙이고 렌코를 따랐다.


「우사미씨, 오늘은 둘이서?」

「예, 메리랑 데이트에요.」

「어머나~」


농담처럼 말하는 렌코에게, 사이온지씨는 즐겁게 웃었다.

내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젓자, 「고생이시네요」하고 콘노씨가 쓰게 웃었다.

서로, 마이페이스인 상대방에게 휘둘리는 동지.  콘노씨와 얼굴을 마주보며, 우리는 함께 작은 한숨을 쉬었다.




밤하늘에 불꽃을 쏘아 올리고, 찰나의 그림을 어둠에 새겨 올리는 불꽃.

커다란 원 모양의 꽃을 피운다. 하지만 순식간에 덧없이 사라지는 그 아름다움은, 에도 시절부터 일본인의 마음에 호소하는 것이 있다.


「타~마야~.」


쏘아 올리는 여러 빛깔에, 사이온지씨가 즐거운 듯이 소리를 질렀다.

차례차례 밤하늘에 피고 지는 빛의 홍수와 소리에, 나는 반쯤 압도당했다.


「굉장하다, 역시 특등석.」


그렇게 중얼거리는 렌코의 목소리도, 바로 옆인데도 잘 들리지 않는다.

휘리릭, 하고 또 한층 더 높이 올라간 불꽃이, 칠색 빛깔을 어둠속에 마구 퍼트렸다.


「달까지 닿을 것 같아.」


멍하니 콘노씨가 중얼거리자, 사이온지씨가 돌아보며 웃었다.


「달까지 닿는다면, 달토끼가 깜짝 놀라서 지구로 도망 올지도 모르겠네.」

「선전포고라면서 지구에 달의 군대가 쳐들어올지도 몰라.」


사이온지씨의 말에, 렌코가 웃으면서 한술 더 떠 대답했다. 민간달표면 투어도 머지않아 실현된다는 이 시대에, 정말로 경망스러운 대화다.

불꽃의 빛에 숨듯이 떠오른 달은, 그런 지상 인간들의 대화 따윈 모른다는 듯이, 그저 조용히 밤하늘에 창백한 빛을 내리고 있다.


「――미.」


하고, 불꽃 소리의 사이에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문득 돌아보았다.

인파의 저 편,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이 보였다. ――시라이시씨다.


「루미, 미즈키――」


퍼엉, 하고 다시 불꽃 소리. 혼잡함에 휘말려, 시라이시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됐다.


「메리, 왜 그래?」


돌아보는 렌코에게, 나는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시라이시씨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루미나 미즈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으니까,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인파 속에서, 작은 여자 아이 둘, 바로 찾을 수 있을까.


「시라이시씨를 봤어. 누굴 찾는 모양이었어.」

「시라이시씨? 아이들 중 누구 놓쳤을지도 모르겠네.」


렌코도 사람들 쪽을 본다. 불꽃놀이는 한창이지만, 미아가 생기면 즐길 경황도 없다.


「한씨, 우사미씨?」


콘노씨가 우리들의 소곤거림을 눈치 채고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렌코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대로 여기서 불꽃놀이를 볼지, 시라이시씨를 쫓아갈지――그럼.


「실례합니다, 잠깐 빠질게요.」


먼저 목소리를 높인 것은 렌코였다. 「네네, 천천히 즐기시길~」하고 뭔가 착각했는지 사이온지씨가 즐겁게 웃는다. 쓴웃음으로 대답하며, 우리들은 인파속을 걸었다.

그러나, 이 인파속에서 시라이시씨를 좀처럼 쫓을 수 있을까――는 걱정은 기우였다. 불꽃이 터지는 소리 틈에, 루미와 미즈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서, 우리들은 그곳으로 향했다.

곧 찾아낸 시라이시씨는, 곤란한 얼굴로 「루미랑 미즈키를 놓치고 말아서」하고 시선을 방황했다. GPS가 이 근처라고는 한다면서 모바일을 내려다보는 옆얼굴이, 쏘아 올린 불꽃의 빛에 비춰져 깜빡였다.


「보고 있을 수만은 없죠.」

「찾아볼게요.」

「미안해요, 정말.」


렌코의 말에, 시라이시씨는 면목 없다는 듯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기, 미치루랑 애들은요?」

「아…… 저기 기다리라고 했는데, 메리씨, 같이 있어줄 수 있나요.」

「알겠어요.」


인파속, 잘 모르는 소녀를 찾는 것보다 그쪽이 마음 편하다. 「그럼 메리, 그쪽은 부탁할게.」하고 렌코는 시라이시씨와 함께 사라졌다. 나도 인파를 헤치면서 미치루와 아이들에게 향했다.




「루미랑 미즈키, 둘이서 가끔 숨기도 해.」

「그러니?」

「루미랑 미즈키, 사이 좋으니까.」


리쿠가 말하자, 아이가 대답한다. 이 오인조, 미치루와 아이, 루미와 미즈키가 각자 단짝이고, 혼자만 남자아이인 리쿠가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인 것 같다.


「나랑 아이가 더 사이 좋아!」


미치루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를 꼭 껴안았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얼굴은 기뻐보였다.


「숨바꼭질하면, 언제나 둘이서 같은 곳에 숨어있어.」


그래서 재미없어, 하고 리쿠는 뺨을 부풀렸다.

어쩌면, 두 사람은 이 인파속에서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휘둘리는 어른으로서 본다면, 물론 훌륭히 민폐겠지만.


「아, 여깄다. 어―이 메리.」


렌코와 시라이시씨가 돌아왔다. 옆에는, 리본 소녀와 미즈키를 데리고 있다. 아무래도 둘을 무사히 찾아낸 모양이다.


「다녀왔어―, 와하―」


양팔을 벌리고 미치루와 아이들 쪽으로 달려오는 루미. 한쪽 손에는 미즈키를 단단하게 붙잡은 채였다. 정말로 사이좋구나, 하고 나는 미소 지었다.


「미안해요, 덕분에 무사히 찾았네요.」

「아니에요.」


면목 없게 고개를 꾸벅이는 시라이시씨에게, 나와 렌코는 한데 모여 고개를 저었다.


「불꽃놀이도 아직 계속되고 있으니까, 모처럼이니 즐기자구요.」


렌코가 그렇게 말한 순간, 한층 더 커다란 불꽃이 성대하게 밤하늘을 넓혔다.

칠색 빛을 올려보면서, 아이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지른다.

나는 곁에 선 렌코의 옆얼굴을 보고――놓고 있었던 손을, 다시 한 번 잡는다.

맞잡아주는 손의 감촉에, 약간의 간지러움을 참으면서.

그대로 나는, 렌코와 둘이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동그란 꽃을 올려보았다.






      四


대학의 여름방학이라는 것은, 어찌됐든 길다.

고등학교 이하의 여름방학이 끝났는데도 일개월이나 있다는 사실은 기쁘기도 하지만,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 몸으로서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하다.

책 읽을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는 건 고마운 이야기지만, 어쩌면 좋을까, 덥다. 방의 쿨러를 계속 틀어놓으면, 전기세도 바보같이 나오고 만다.


「그렇다고 해도, 역 지하 광장에서 책 읽을 건 뭐야? 메리.」

「시원하니까 좋아.」


곁에서 어깨를 으쓱이는 렌코에게, 나는 온다 리쿠의 『라이온하트』를 덮으면서 대답했다.


「학교에서는 역이 가깝고, 찻집에 들어가면 결국 돈이 드니까.」

「뭐, 좋긴 한데.」


곁에 허리를 걸치는 렌코도, 새로 산 문고본을 꺼내 펼쳤다.

둘이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다. 대화도 없고, 어깨를 나란히 해서 활자를 쫓을 뿐인 시간이, 나는 좋았다. 아키가 「단 둘이 있으면서 그게 뭐야?」하고 기가 막힐지도 모르겠지만, 별로 상관없잖아.

문득 책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곁에 렌코의 옆얼굴이 있다.

그것이 조금은, 행복하기도 한 것이다.




결국 그대로 한 시간 이상을 소비하니까, 광장에 사람들이 늘어난 참이라 벤치에서 일어섰다. 《달시계》라도 갈까? 하고 말을 거는 렌코에게, 어쩔까, 하고 고개를 기울이면서, 우리는 역 안을 느긋하게 걸었다.

역통로의 벽에 붙인 포스터를 왠지 모르게 바라보니, 갑자기 포스터 행렬이 중단되고, 아이들의 그림이 나열되기 시작됐다. 크레파스로 잔뜩 칠한 유치한 그림. 그려진 것은 간략화된 태양이나 꽃,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들의 미소.

아무래도 유치원 아이들의 그림 같다. 그림 밑에는 히라가나로 이름이 써있다.


「《여름방학의 추억》이라. 진부하긴.」


렌코도 그림 쪽을 바라보면서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나와 렌코는 동시에, 무언가를 눈치 챘다.

나열된 아이들의 그림은, 어떤 것이든 컬러풀한 크레파스를 잔뜩 써서 화려하다. 바다, 산, 유원지, 어떤 것은 불꽃놀이. 언뜻 봐서 무엇을 그렸는지 알기 쉬운 것부터 조금 갸웃거리게 하는 것까지 가지각색이지만, 기본적으로 방향성은 변함없다.

하지만 한 장, 구석에 붙은 이 그림만을 제외하고.


그 그림은, 한 장만 매우 이질적인 존재감을 갖고 벽에 붙어있다.

새까맣다. 도화지 한 면이, 검은 크레파스만으로 새까맣게 칠해져있다.

다른 색은 일절 없는, 정말 단순하게 새까맣기만 할 뿐인 그림. 아니, 이걸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까이서 보니, 그림 밑에 제목과 작자의 이름이 써있다.

제목은―― 《불꽃놀이의 밤》. 붙인 것은 아마 유치원의 선생님일 것이다. 붙이지 않을 수도 없고, 난처한 나머지 붙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자의 이름은――.


「아.」


그 이름을 보고, 나와 렌코는 동시에 소리를 높였다.


 ――《쿠로사키 루미》


그렇구나, 쭉 붙어있던 것은, 카미사와씨 유치원 아이들의 그림이었던 것이다.

찾아보니, 다른 아이들의 그림도 바로 발견됐다. 예를 들어서 미치루는, 셋이서 놀고 있는 그림. 다른 두 사람은 아마도 시라이시씨와 아이일 것이다. 아이도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 리쿠는 해바라기와 카자미씨로 보이는 사람을 그렸다. 미즈키는 둘이서 손을 잡고 마주보는 그림인데, 아마도 상대방은 루미일 것이다. 모두 아이들답게 흐뭇해지는 그림이었지만――.

그중에서, 루미의 그림만이, 역시나 명백하게 이질적이다.

여름방학의 추억이라는 주제로, 새까맣게 도화지를 칠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그림.

어쩐지 굉장히 쓴 것이라도 깨문 것 같은 감각에, 나는 몸을 움츠렸다.

불꽃놀이의 날에 봤던 루미는, 어떤 문제가 있을 것 같은 아이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사이좋게 미즈키와 손을 잡고 웃는 얼굴은 순수했고, 사랑받으면서 자라난 아이로 보였다.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도화지를 새까맣게 칠한 걸까?

그녀의 여름방학의 추억은, 이렇게 새까만 어둠과도 같은 것이었을까?

불꽃놀이의 밤에 한 번 만났을 뿐인 소녀의 웃음이, 응어리처럼 마음에 남았다.


「그럼 메리, 이걸로 오늘 목적지는 정해졌지?」


모자를 고쳐 쓰면서, 렌코는 나를 돌아보았다.


「목적지라니.」

「신경 쓰이잖아, 이런 걸 보면. ――진상을 확인해야지」


모자챙을 들어올리고, 그러나 언제나처럼 웃지는 않고, 렌코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어째서 이런 그림을 그렸는가, 확인하러 가자, 메리.」






      五


유치원은 마침 낮잠 시간이었는지, 기묘하게 고요했다.

외부인인 우리들이 방문해서 바로 카미사와씨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시라이시씨와 미치루 사건 덕분일까. 쓸데없이 넓은 렌코의 인맥이란, 바로 이런 거겠지, 하고 왠지 모르게 생각한다.


「루미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조금 별난 아이야.」


역에 걸려있던 그림 때문에, 하고 말하자, 카미사와씨는 바로 짐작이 갔는지,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평소에는 그냥 평범한, 밝은 아이지만, 가끔 우리들 상식에서 조금 벗어난 점이 보여. 그 그림도 그랬어.」


직원실의 접대용 소파. 나와 렌코는 차를 홀짝이면서, 카미사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름방학에 가장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을 그려보세요――라고 했거든. 루미는 도화지를 보고,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그리고 일심불란하게 도화지를 칠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밤하늘이라도 그리는 줄 알았는데, 지면을 통째로 칠하고 『다 됐다』하고 말하니까, 곤란했어.」

「검은 색 밑에 다른 색을 칠했다던가, 하는 건?」


렌코가 물어보지만, 카미사와씨는 고개를 저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직접 검은색으로 칠했을 뿐이야. 『뭘 그렸니?』하고 물어보니, 조금 망설이는 것 같더니 『불꽃놀이 할 때.』라고 대답했어.」


――불꽃놀이 할 때. 그 불꽃놀이를 말하는 거겠지.


「그 이상은 아무 말도 않았고. 이게 완성이라고 본인이 말하는 걸, 고쳐 그리라고 할 수도 없었어.」

「……이런 걸 물어도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다던가.」


나는 주저하면서도 그렇게 묻는다.

새까맣게 칠한 그림. 그런 이질적임에는, 아무래도 너무 생생한 배경을 상상하고 만다. 하지만 카미사와씨는,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부모님께도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조금 해봤는데,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부모님도 걱정하셨어. 미치루나 리쿠한테도 물어봤는데, 불꽃놀이 때 루미랑 미즈키가 사라졌다면서?」

「예, 저희들이 찾는 걸 도왔어요.」


렌코가 끄덕였다.


「그 사라졌던 때에 뭔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루미도 미즈키도 얘기해주지 않아.」


인파 속에서 놓친 사이 좋은 두 사람. 새까만 그림.


「미즈키의 그림은――.」

「루미랑 불꽃놀이를 보러 갔던 그림이야.」


여자 아이 둘이서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있던, 미즈키의 그림을 떠올린다.


「렌코, 두 사람은 그 때 어땠어?」

「우리가 찾아냈을 때? 인파에서 조금 떨어진 그늘에서 나왔어, 두 명 다.」

「그늘에서?」

「강가의 가로수 밑에서,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있었어.」


불꽃놀이를 보러 가서, 그런 곳에서 두 사람은 뭘 했던 걸까.

시라이시씨와 떨어진 장소에서 가만히 있었던 걸까.


「루미와 미즈키는, 친하다면서요.」

「그래, 자매처럼 언제나 같이 있어.」

「그 그림, 미즈키가 보고 뭐라고 말했나요?」

「……그러고 보니, 미즈키는 무슨 그림인지 알던 것 같던데.」


내 질문에, 카미사와씨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흠, 하고 렌코가 고민하면서, 벗어 둔 모자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루미가 그린 그림, 또 있나요?」

「루미의 그림? 실물은 본인한테 돌려줬지만……사진으로 있던가.」


카미사와씨가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갔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렌코를 돌아보았다.


「뭐 좀 알겠어?」

「음―」


렌코는 모자를 만지작거리면서 신음을 냈다. 아무래도 생각중인 모양이다. 나는 빈 찻잔을 손에서 굴리면서, 카미사와씨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 그림을 루미는, 불꽃놀이 할 때, 라고 했다.

그것이 밤하늘이었다면, 왜 그곳에 불꽃을 그리지 않았던 걸까.

그렇게나 잔뜩, 화려한 빛의 꽃이 밤하늘에 펴서 아름다웠는데.

새까만 밤하늘에, 그녀는 대체 무엇을 본 걸까.


「그러면, 예를 들면 이거야. 올해 봄에 그린 『친구』그림. 왼쪽 아래가 루미의 그림.」


돌아온 카미사와씨가 앨범을 내민다. 한 장의 사진에, 네 장의 그림이 찍혀있다.

루미가 그린 것은, 짧은 트윈테일의 여자애. 미즈키일 것이다.

왼쪽 위는 아이의 그림처럼 보였다. 미치루라고 생각되는 리본의 여자애와,  아이처럼 보이는 사이드 포니테일의 여자애가 나란히 웃고 있다.


「――루미, 그림 잘 그리네요.」

「응, 본 것을 그 자리에서 그리거나 하는 걸 잘 해.」


렌코의 말에, 카미사와씨는 수긍했다.

그 대답을 듣고――렌코는, 만지작거리던 모자를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눌러썼다.


「아아……그렇군, 혹시 그런 건가?」


중얼거리는 렌코의 말에, 나와 카미사와씨는 마주보았다.


「만약 그렇다면――요즘 애들은 정말 조숙하구나.」


렌코는 혼자서, 몹시 쑥스럽게 쓴웃음을 지었다.






      六


「아, 렌코 언니다!」


낮잠 시간이 끝나고, 깨어난 리쿠와 아이들이, 현관 앞에 있던 우리들을 발견했다.

리쿠가 달려오자, 다른 넷도 함께 쫓아온다.

물론, 그중에는 루미와 미즈키도 있다.


「자자 스톱. 언니는 루미와 미즈키에게 볼 일이 있단다.」

「어?」


렌코의 말에, 리쿠가 돌아본다. 루미는 「나인건가―?」하고 고개를 갸웃하고, 미즈키는 그 곁에서 웃고 있다.


「루미야, 미즈키 좋아해?」

「응.」

「미즈키는?」

「좋아해~!」


마주보면서, 둘은 「에헤헤―」하고 웃었다.

흐뭇한 모습에 내가 미소를 짓고 있자니, 렌코가 돌아보면서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즉, 이런 거야.」

「……어떤 거?」

「그 그림은 확실히 얘네들에게, 《여름방학에 가장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을 그렸단 거야.」


눈을 깜빡이는 내게, 렌코는 갑자기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레, 렌코?」

「메리.」


매우 달콤한 목소리로, 렌코가 속삭인다. 거리가 좁힌다. 렌코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렌코의 손이 어깨에 올라온다. 우리를 둘러싼 아이들이 「오―?」하고 소리를 높인다.


「자 메리, 눈, 감아.」

「자, 잠깐, 렌코――!?」


바로 앞에서, 렌코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그곳에 비친 내 얼굴은, 아마 새빨갛게 물들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접근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뛰고,

가까워지는 렌코의 숨결이 간지러워서, 나는 무심코 눈을 꼭 감고――.


「잠깐 거기, 뭘 하는 거니 이런 데서!」


카미사와씨의 목소리에 나는 번쩍 눈을 뜨고, 렌코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게서 떨어졌다.

아이들 중 누군가가 「쪽―?」이라고 말했다. 「쪽―!」누군가가 외쳤다.。

아니, 그러니까 쪽이라니, 렌코, 갑자기 무슨――.


「카미사와씨. ――말하자면 그 그림, 이런 겁니다.」

「어? 에, 잠깐, 우사미씨――」

「자 메리, 수수께끼도 해결했으니 돌아가자.」

「레, 레레레, 렌코――.」


카미사와씨를 내버려두고, 어쩐지 「쪽―!」하고 들뜬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렌코는 내 손을 잡고 걸었다.

나는 끌려가듯이 쫓는다.

축축해진 렌코의 손의 감촉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가까워진 숨결은, 서로 닿지 않았을 텐데.

마치 닿아버린 것처럼, 심장이 아플 정도로 소리 내고 있다.

새빨갛게 된 얼굴을 숙이면서, 나는 렌코를 쫓을 수밖에 없었다.






      七


「……설명해줘, 렌코.」


유치원 건물이 보이지 않게 됐을 때 즈음, 렌코의 손을 놓고,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심장은 아직도 크게 소리 지르고 있지만, 어쨌든 여우한테 홀린 것처럼 석연치 않다.

갑자기 그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고, 렌코는 또 멋대로 혼자만 납득했다.

――이대로라면 완전히 나만 놀라고 손해잖아.


「설명이라고 해봤자. ――미즈키의 그림을 본 시점에서 깨달았어야지.」


렌코는 모자를 고쳐 잡으면서, 기가 막힌 것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있잖아, 미즈키의 그림,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이상하다니?」

루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였을 텐데, 왜 미즈키의 그림 이야기가 되는 거야.


「그 애도 불꽃놀이 때를 그린 그림이지? 그런데도, 미즈키도 그 그림 속에, 불꽃을 그리지 않았어. 마주 보고 있는 미즈키와 루미를 그렸었지.」

「……그러고 보니, 그랬지.」


루미의 그림을 떠올린다. 손을 잡고 마주 보는 두 여자아이를 그린 그림.

그 배경에, 불꽃같은 건 그려져 있지 않았다.


「그 둘은 분명, 같은 장면을 그린 거야.」

「같은 장면?」

「단지, 시점이 다르지. 미즈키는 객관적으로, 루미는 주관적으로 그린 거야.」


 ――주관적?


「친구를 그린 그림이라도, 아이는 미치루와 자신이 나란히 서게 그렸지만, 루미는 미즈키 한 명만 그렸었지. 루미는 분명, 평소에 본 그대로 그렸던 거야. 자기 모습은 자기한테는 보이지 않으니까.」

「본 그대로……」

「불꽃놀이 할 때, 라고 말한 건, 단 둘의 비밀이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웃는 렌코에게, 나는 겨우 어렴풋이 이해했다. 즉――.


「그 새까만 그림은, 눈을 감은 순간을 그린 것이다――라는 거야?」


네 정답, 하고 렌코는 웃는다.


「불꽃놀이를 보러 갔는데, 불꽃을 그리진 않고, 마주 서서 눈을 감고――잃어버렸던 두 사람은, 가로수 그늘 밑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두 명 다 유치원생인데?」

「어머 메리, 첫사랑 늦은 편이야? 괜찮아, 사랑에 나이는 관계없어. 」


렌코는 즐겁게 모자챙을 손가락으로 튕기고, 그리고 나를 돌아본다.

순수한 미소로 나를 보는 렌코의 시선에――나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돌렸다.


「친한 여자아이끼리, 여름방학 제일의 추억이 첫 키스라니, 흐뭇하잖아.」


――그런 미소로 보지 마.

내가, 어쩌면 좋을지 모르게 되니까.


「음, 부끄러워? 메리도 귀엽긴.」

「레, 렌코――」


렌코의 손이, 내 손을 잡는다.

놀란 내가 얼굴을 들어 올리자,

눈앞에, 렌코의 얼굴이 있었고,



순간, 숨결이 닿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물론,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럼, 《달시계》라도 갈까.」


빙글 내게서 등을 돌리고, 렌코는 어쩐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외쳤다.

나는 희미하게 숨결의 감촉이 남아있는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그 등을 바라보았다.


「……그럴까, 오늘은 진한 커피라도 마음껏 마시고 싶어.」


그렇게 대답하고, 렌코의 옆에 서서, 그 손을 잡았다.

문득 마주친 시선이, 몹시 근질거려서, 둘이서 마주 웃었다.

――이렇게 달콤한 마음이 있다면, 케이크 따윈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1) 일본 고대 후기의 수필, 세이 쇼나곤(淸少納言)의 작품. 

봄은 동틀 무렵. 산 능선이 점점 하얗게 변하면서 조금씩 밝아지고, 그 위로 보랏빛 구름이 가늘게 떠 있는 풍경이 멋있다.

여름은 밤. 달이 뜨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도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여기저기에서 날아다니는 광경은 보기 좋다. 반딧불이가 달랑 한 마리나 두 마리 희미하게 빛을 내며 지나가는 것도 운치 있다. 비 오는 밤도 좋다.

가을은 해질녘. 석양이 비추고 산봉우리가 가깝게 보일 때 까마귀가 둥지를 향해 세 마리나 네 마리, 아니면 두 마리씩 떼 지어 날아가는 광경에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기러기가 줄지어 저 멀리로 날아가는 광경은 한층 더 정취 있다. 해가 진 후 바람 소리나 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기분 좋다.

겨울은 새벽녘. 눈이 내리면 더없이 좋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 것도 멋있다. 아주 추운 날 급하게 피운 숯을 들고 지나가는 모습은 그 나름대로 겨울에 어울리는 풍경이다. 이때 숯을 뜨겁게 피우지 않으면 화로 속이 금방 흰 재로 변해버려 좋지 않다.

(지만지고전천줄에서 출판한 마쿠라노소시 번역본을 인용했습니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