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무지개를 좇아서


原作者 : 浅木原忍 (http://r-f21.jugem.jp/)
原題 : 真昼の虹を追いかけて  
        (http://coolier.sytes.net:8080/sosowa/ssw_l/?mode=read&key=1247237593&log=80)
그림 : 11837
번역 : 선배
작품 태그 : 비봉클럽, 프리즘리버 삼자매…틱한 오리캐 있음






























 

 




      一


온다 리쿠의 작품 중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로 꼽는다.

실제로 있는지 어떤지도 확실하지 않는 환상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네 개의 이야기. 작중에서 말하는 희귀본과 현실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완전하게 겹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엇갈리지도 않게 만들어, 독자와 작자, 현실과 환상은 테두리를 넘어 서로 녹아든다.

결말이 확실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온다 리쿠는 굳이 말하자면 까다로운 작가다. 이 작품도 그런 의미에서는 내가 꺼리는 부류로 들어간다. 실제로 제 3장까지라면 모를까 제 4장은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제외한다면, 저택에 숨겨진 책 한 권을 찾는 제 1장, 그 책의 작가를 찾아 편집자 두 사람이 서로 논의하면서 여행하는 제 2장은 그야말로 두말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환상의 책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대화 하나 하나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감정을 울린다. 책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미스테리 이야기다.


「아니지 메리, 그 작품은 오히려 제 4장이 가장 훌륭한 거라고.」


평소와 다름없는 《카페 달시계》의 테이블석. 우사미 렌코는 가토 쇼콜라를 포크로 찌르면서 쯧쯧, 하고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게 온다 리쿠의 최고 걸작이라는 점은 나도 동의하지만 말야.」

「렌코는 좋아할 것 같은데, 온다 리쿠. 《알 수 없는 이야기》 좋아하지?」

「음―, 뭐 좋아하긴 하는데.」


포크에 붙은 휘핑 크림을 핥으면서, 렌코는 앓는 소리를 냈다.


「온다 리쿠는, 자기 상상력에게 계속 패배하는 작가란 이미지가 있어서 아무래도.」

「……아아, 어쩐지 알 것 같네.」


나는 수긍하면서 커피를 입에 댔다. 밀크와 설탕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기분 좋다.


「예를 들면 『Q&A』같은 게 제일 전형적이지. 그건 읽기 시작했을 때는 막연한 이미지가 펼쳐져서 엄청 두근두근거리는데, 마지막까지 읽으면 《어? 이게 다야?》하고 실망하고 말아. 초반에 펼치는 상상력의 매력에 작품이 좀처럼 따라잡질 못해. 『밤의 피크닉』같은 단순한 이야기라면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말이야.」

「아아, 『밤의 피크닉』은 좋았어. 『굽이치는 강가에서』같은 것도.」

「일반인의 상상이긴 하지만, 본인도 평소에 쓰면서 당황했던 건 아닐까. 좀 더 굉장한 이야기였을 텐데 어째서 이런 결말이 나는 걸까, 라고. 『달의 이면』은 마지막 장면이 사족이지만, 그걸 쓰고 말았다는 점이 내게는 작가가 고민한 흔적으로 보여.」


나는 『달의 이면』은 읽지 않아서 그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렌코가 말하고 싶은 건 잘 알겠다. 내가 읽은 다른 작품도 대체로 그런 이미지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도, 역시 최고는 『삼월』이지」

「그래? 나는 역시 용두사미라고 생각하는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제 4장 「회전목마」는, 제목 그대로 「회전목마」라는 장편 소설을 쓰기 시작한 작가인 《나》, 그리고 이즈모를 여행하는 《그녀》, 그리고 《리세》―이 이야기는 후에 발표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의 패러렐적인 이야기다.―의 세 이야기가 뿔뿔이 흩어져, 겹치는 일없이 뭔지 알 수없는 채로 끝난다. 그때까지의 3장이 단정하고 매혹적인 미스테리인 반면에, 뚝 떨어지는 것 같은 결말에 나는 아무래도 끝마무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수습하지 않으니까 제 4장이 더욱 훌륭한 거라고. 온다 리쿠라고 하는 작가의 최고 매력이 뭔데? 그 상상력이잖아.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 정체를 모르는 공포, 『Q&A』에서는 사건에서 드러나는 장대한 이야기의 조짐. 읽기 시작하면, 《이 책 터무니없이 재밌는 작품이잖아》라는 생각이 두근거리면서 가슴을 크게 울린다고. 뭐,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항상 실망하기도 하겠지만―.」


몸짓 손짓을 섞으면서 렌코는 몸을 일으킨 채로 열변을 토해낸다. 아아, 스위치가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말하게 내버릴 수밖에 없다.


「『삼월』은 그 상상력이, 이제 막 펼쳐지려는 도중에 책이 끝나버려. 어떤 의미로는 반칙기술이지만, 그렇기에 제 4장은 어린 시절에 가본 적 없는 길로 발을 내딛을 때의 희미한 경외심과, 그 앞에 있는 미지로의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던 감각을 떠올리게 해. 온다 리쿠에게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라고 하는 호칭을 붙인 사람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어. 그녀의 작품은 어린 시절, 아무 것도 아닌 일 뒤편에 어떤 커다란 비밀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유 없이 두근두근거렸던 그 감각에 가까워. 정체를 알아버리면 실망한다는 점에서 마술사라기보다 기술자이지만.」

「그런 말하면, 아와사카 쓰마오한테 혼나.」

「아와사카 쓰마오는 『11장의 트럼프(11枚のとらんぷ)』밖에 안 읽어봤는걸.」


내 말에 대답하면서, 렌코는 커피를 홀짝였다.


「뭐, 《리세》파트에서는 좀 과도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치만 《나》와 《그녀》파트는 훌륭하잖아. 특히 《그녀》파트의 마지막 장면. 앞에 3장에서는 조금씩만 모습을 보이고 있던 《그 인물》이 눈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자, 갈까.》하고 권하는 순간. 오싹오싹해. 메리, 그는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석류의 모티브가 새겨진 이야기 속? 아니면 《삼월의 나라》? 아니면 또 다른―. 그리고 《나》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려는 참에 책은 닫히지. 거기서 쓰이는 《이야기》는 어디 있는 걸까? 지금 이 책을 읽는 나는, 지금 그것을 읽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부터 어딘가에서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인가― 이렇게나 두근거리는 일은 또 없잖아! 결코 줄어드는 일없이, 읽고 있는 우리들 안에서 상상력은 계속 부풀어만 가. 메리, 결국 자신에게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우리들 안에만 있다구?」


다시 거기서 숨을 고르면서, 렌코는 행복해 보이는 한숨을 쉬었다.

평상시의 논리 정연한 렌코에 비해, 어딘가 홀린 것 같은 이야기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조금 차가워진 커피를 입에 댄다.


「……렌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나 『흙과 다의 환상』은 읽었어?」

「안 읽었어. 절대로 읽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예상대로의 대답에, 나는 작게 쓴웃음 지었다.


「『삼월』을 거기서 끝내면서도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나 『흙과 다의 환상』을 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건, 분명 작가로서의 성격이겠지. 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물론 그것을 말하기에 그녀는 작가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인과적인 장사라니까, 작가란.」


렌코가 흡연자라면 여기서 분명 담배라도 빼물었을 것이지만, 나도 렌코도 굳이 나누자면 혐연자였다. 그렇기에 렌코는, 무너진 가토 쇼콜라를 우물거렸다.


「또, 분명하게 결말을 내리지 않으면 메리처럼 독자가 화내기도 하고 말이야.」

「화내는 게 아니야. 그냥 취향에 맞지 않으니까.」

「뭐, 그러니까 나는 『삼월』이랑 연결되는 작품은 읽지 않기로 한 거야. 그야, 읽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물론 읽고 싶어. 작품에서 말하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실존한다면 말이야. ―근데, 제 1장에서 회장이 말하잖아. 『기억 속에 있는 책, 일찍이 읽었던 책만큼 재밌는 것은 없다』라고. 망각에 씻기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남은 조각에서 떠오르는 이미지. 실물이 눈앞에 나타나면 그 환상이 부서질 것만 같아서 무서워.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백년의 사랑도 식힐 것 같은 현실의 책보다, 꿈 속 이상의 한 권. 그런 한 권의 이미지를 내게 전해준 멋진 책이야. 모처럼이니까 그 이미지는 무덤까지 가지고 갈 생각이야.」

「완고하구나.」

「그러니까 메리는 『삼월』을 다시 읽을 것. 나랑 메리는 좋아하는 책이 겹치는 경우는 꽤 드무니까. 웬만하면 메리도 제 4장의 훌륭함을 이해했으면 좋겠어.」

「……뭐, 기분 내키면.」


그렇게 대답했더니 「즐거워 보이네요.」라며 점원인 아카이(赤井)씨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반쯤 남아있던 잔에 냉수를 따라준다. 다른 손님도 없어서 한가한 걸까.


「아카이씨는 책 같은 거 읽나요?」

「아뇨, 저는 그다지…… 사쿠야(サクヤ)씨, 아니, 마스터는 손님 없을 시간에 자주 문고본을 보기도 합니다만.」


카운터에 있는 마스터인 미나즈키(皆月)씨를 돌아보면서, 아카이씨는 쓰게 웃었다.


「헤에, 어떤 걸 읽는 걸까.」

「이미지로 볼 때는 번역도서일까. 하야카와 쇼보의 해외 미스테리라던가.」

「자기가 미스테리 마니아라고 다른 사람도 미스테리 좋아한다고 맘대로 설정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해, 메리.」

「별로 그런 게 아니라…… 엘러리 퀸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카운터 뒤쪽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있긴 했지.」


렌코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말?」

「저기, 컵이 쭉 있는 찬장 아래쪽에.」


렌코가 가리키는 곳에 눈을 돌려보지만, 이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몰랐어.」

「뭐, 언제나 이 자리니까. 카운터에 앉아 보면 알아.」


그때 벨이 울리면서, 새 손님이 온 것을 알렸다. 아카이씨가 타박타박 그쪽으로 향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아 참, 그렇지.」라며 갑자기 렌코가 손을 톡 건드려왔다.


「애써 메리를 불렀는데, 중요한 용건을 말하는 걸 잊은 참이었어.」


그제야 나도 간신히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것에 온 건 렌코가 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렌코가 불렀다는 건 즉, 비봉클럽의 활동 예정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그래, 이번에는 어디로 가는 거야? 또 하쿠레이 신사? 렌다이노(蓮台野)? 아니면 다른 곳?」


내가 묻자, 「아니, 오늘은 달라.」 라고 렌코는 고개를 저었다.


「다르다니?」

「비봉클럽으로서가 아니라, 우사미 렌코 개인으로서의 권유. 알기 쉽게 말하자면―.」


렌코는 가방에서 조용히 티켓 두 장을 꺼내들었다.

엄청 뻔뻔한 미소 그대로 말했다.


「메리, 이번 주 토요일, 나랑 데이트할래?」





      二


요즘 시대에 유행가라고 하는 개념은 안 쓴 지 오래됐다.

쇼와라고 불린 시대, 음악을 전달하는 매체가 텔레비전과 라디오밖에 없었을 때는 누구라도 알고 있는 유행가라는 것이 매년 있었다고 한다. 미디어가 적기도 했고, 모두가 그 외에는 듣는 것이 없던 시대. 어떤 의미로는 평화로운 시대다. 그 시절에는 인기차트 방송이라는 것이 거실을 흔들었다고 한다.

오락의 선택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취미의 다양화도 이루어지고 「국민적 ○○」라는 개념이 멸망한 헤이세이 시대를 거쳐, 최근에는 또 다시 오래된 오락으로의 회귀가 유행이다. 국산 미스테리의 재출판 붐도 그 유행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음악에 있어선, 세분화된 사람들의 취미는 수습되지 않았고, 한 곡이 폭발적인 붐을 일으키는 것도 없게 됐다.

그런 시대에 음악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취미로서의 노래, 연주, 밴드활동은 물론 남아있고 프로도 얼마든지 있지만, 적어도 음악이라고 하는 매체로 쇼와적인 「스타」는 생기지 않는 것이 지금의 시대다. 말하자면, 음악도 역시 끼리끼리 노는 것으로 깊고 좁게 파고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 같은 때에, 데이트로 라이브 가는 일은 없지 않아? 거기다가 아마추어라니.」

「자자, 좋잖아. 어차피 티켓은 공짜였고.」


토요일 저녁, 평소대로 3분 정도 늦은 렌코에게 이끌려, 나는 라이브 하우스로 향하고 있었다. 라이브 하우스를 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보다, 원래 이 교토에 그런 게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지만.

렌코가 나를 초대한 건 아마추어 밴드의 라이브였다. 렌코가 아는 사람이 하고 있는 밴드인 모양이다. 여전히 알 수없는 교우관계의 넓이였다.


「음 그러니까…… 트립 리듬?」

「좀 별난 삼인조 밴드야.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는 하지만 한 번 들어볼 가치는 있어.」


티켓에 적힌 밴드명은 《TRIP-RHYTHM》. 의미는 잘 모르겠다. 여행하는 것처럼 텐션 높은 음악이이라면 좀 꺼려지는 종류다.


「그러고 보니 렌코랑 음악에 대해서 얘기해본 적은 별로 없었구나.」

「음악적 소양은 없어, 나. 민족음악 같은 건 듣기 좋아하지만, 취미라고 할 만큼 듣는 것도 아니니까.」

「뭐, 그런 거지. 요새는 아는 사람한테 추천받은 ZABADAK이 마음에 들어.」


들어본 적 없다. 그러는 나도 음악에 그렇게 흥미가 있는 건 아니다. 책을 읽을 때는 조용한 쪽이 좋고, 음악을 들으면서 가만히 있다 보면 소리를 끄고 책을 읽고 싶어진다.


「여기야.」


인적이 드문 골목 구석에, 덩그러니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어슴푸레한 계단 아래에 있는 문 너머는 내가 모르는 세계. 망설이듯이 멈춘 내 손을, 렌코가 잡는다.


「자, 메리.」


―그렇게 언제나, 우사미 렌코는 나를 이끈다.

한숨을 쉬면서, 그에 이끌리는 나도 결국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슴푸레한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연다. 소리가 홍수처럼 쏟아지는가 싶었지만, 안에서 들려온 건 개막전 특유의 웅성임이었다.


「두 사람이네. 마실 건?」


입구에 서있던 스탭이 티켓을 확인하고 물어온다. 정말 전시대적이다.


「진저에일하고, 메리는?」

「……논 알코올이면 뭐든.」

「그럼 진저에일 두 개.」


여깄습니다, 하고 내미는 싸 보이는 플라스틱 컵을 받고, 우리는 안으로 발을 내밀었다. 조명이 비추는 스테이지 앞에는 이미 인산인해였다. 스테이지로부터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는 테이블석도 대부분 채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인기 많구나.」

「저번에 프로 권유도 있었던 모양이야. 그 때랑은 방향성이 좀 달라졌다지만.」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나로서는 잘 모르기에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무슨 밴드인 거야? 시끄러운 쪽이면 조금 꺼려지는데.」

「음―, 그게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워. 어쨌든, 인스트루먼트 밴드긴 한데.」

「인스트루먼트, 가사 없는?」

「그래. 곡만.」


그건 의외였다. 애초에 그런 밴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 밴드라고 하는 건 보컬이 있는 게 아니었나?


「어쨌든, 별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너무 전위적인 건 난 잘 몰라.」

「괜찮아. 곡 자체는 알기 쉬우니까.」


조금 모자란 설명을 하는 렌코의 발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뭐가 나온다는 것인지.

시작하겠네, 라고 렌코가 회중시계를 보며 말한다. 그 순간, 확하고 조명이 꺼졌다. 주위를 감싸던 웅성거림이 사라졌다. 일순간, 긴장된 정적. ―그리고.

선명한 피아노 소리가, 실을 끊는 나이프처럼 날카롭게 맴돌기 시작했다.

어딘가 긴박감을 품고 있는 피아노 솔로가, 달리듯이 정적 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조용하게 따르고 있는 소리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기타도 드럼도 아닌 바이올린 소리.

당, 하고 피아노가 두드리듯이 한 번 소리를 끊는다. 침묵, 그리고.

제 3의 음― 경쾌한 트럼펫과 함께, 스테이지 위에 화려한 조명이 켜진다.

와아, 하고 관중이 열광했다. 스테이지 위, 그 음색을 연주하는 것으 세 명의 소녀. 바이올린, 트럼펫, 그리고 키보드. 그렇구나, 렌코가 《별난 밴드》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키보드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봐도 일반적인 밴드가 쓰는 악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명백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악기가 연주하는 소리는 기묘한 위화감을 품고 있으면서도 경쾌하게 얽혀, 템포 좋은 선율을 새기고 있다.

다른 생물처럼 춤추는 키보드 소녀의 양손. 얼마나 폐활량이 있는 건지 복잡한 선율을 깨끗이 불고 있는 트럼펫 소녀. 그리고 그 하이 텐션의 멜로디를 조용하게 지탱하고 있는 바이올린 선율―.

나도 음악적소양은 없기에 그녀들의 연주 기술이 어느 정도 레벨인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어때, 재밌지?」

「……응.」


렌코의 말을 어딘가 멀게 느낀다. 깨닫고 보니 나는 몸으로 그 선율에 맞춰서 리듬을 따라가고 있었다. 눈앞의 관중들과 같이.

스팟 라이트를 받으면서, 땀을 흩날리면서 각각의 악기를 울리는 세 소녀.

그 모습은 굉장히 즐거워 보여, 나는 숨을 삼킨 채로 바라본다―.

키보드가 화음을 두드리자 곡이 끝난다. 환성에 소녀들이 각각 고개를 꾸벅 숙이고, 그리고 바이올린을 손에 들고 있던 소녀가 눈앞의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 오늘도 우리 《TRIP-RHYTHM》의 무대에 어서 오세요. 이 시간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즐겨주세요!』


환성을 받으며, 그녀는 뒤의 두 사람을 돌아본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키보드 소녀가 마이크를 든다.


『네! 다음은 《팬텀 앙상블》!! 분위기 살리면서 갑니다―!』


소녀의 말에 들끓는 관중. 그리고 다시 흐르는 키보드 선율.

시작하는 건, 밝고 경쾌하게 경박한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트럼펫 삼중주.

끓어오르는 관중들 속에서, 그러나 나는 우두커니 서있다.


「메리?」


곁에서 리듬을 타고 있던 렌코가 갑자기 나를 돌아본다.

들뜬 가운데 홀로 남겨진 것처럼, 나는 멍하게 스테이지를 응시한다.


「……이런 건 싫어해?」


렌코의 작은 질문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곡도 소리도 싫지 않다.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째서일까.

이렇게나 밝고 즐거운 곡인데도, 어째선지 선율이 몹시도 슬프게 들려온다.

이곳에서 그런 걸 느끼고 있는 건 나뿐인 것일까. 모두 들떠 있다.

단순히, 이 밴드의 곡을 처음으로 듣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만이, 무엇인가 어긋나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결국, 다음 곡부터는 나도 전 곡의 인상을 잊고 들뜨기 시작했다.

한 시간정도 라이브는 계속되고, 마지막에 앙코르로 《천공의 화려한 도시》라고 하는 곡을 연주하면서 끝났다. 어둠 속, 스테이지만이 비추는 상태로, 조명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것은 축제의 열기로부터 현실로 스위치를 바꾸는 순간이기도 했다.


「음―, 오랜만에 듣는데도 역시 좋구나. 메리는 어땠어?」

「그러게, 즐거웠어. 이런 음악도 있구나.」


소란스러움 속에서, 크게 기지개를 키는 렌코에게 나는 수긍했다. 라이브라고 들어서 망설이긴 했지만, 연주하는 밴드와 함께 들떠 올랐던 이 시간은 꽤나 즐겁다.


「그거 다행이네. ――그나저나.」


빈 컵을 버리면서 렌코는 스테이지 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스테이지는 텅 비었다.


「지금부터 멤버를 만나러 갈 건데, 메리도 갈래?」

「……어?」


나는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람.


「아는 사람 밴드라고 했잖아. 모처럼 교토 라이브라고 초대받은 거야. 인사라도 하러 갈려고.」

「……근데, 내가 따라가도 되는 거야?」

「친구나 애인이라도 데려오라고 티켓 두 장 준 건 그쪽이니까.」


렌코의 말에, 나는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게다가, 처음 듣는 사람의 감상은 그쪽에서도 좋아할 거야.」

「……그럼, 렌코가 그렇다면야.」

「오케이―.」


그럼 가자, 라고 렌코는 언제나처럼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렌코는 언제나,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三


「어, 렌코 씨 애인?」


키보드 소녀가, 나를 보자마자 제일 먼저 그런 말을 했다.


「아닙니다.」


우선 나는 그렇게 즉답한다. 「에-」하고 불만 소리를 높이는 건 다름 아닌 렌코다.


「눈치 없구나, 메리.」

「눈치라니…….」


한숨을 쉬는 내 곁에서, 「렌코, 오랜만♪」이라며 트럼펫 소녀가 렌코와 하이파이브를 주고받는다. 「와줘서 고마워」라고 고개를 숙인 건 바이올린 소녀. 아무래도 바이올린 소녀가 대표자인 것 같다.

장소는 무대 뒤편의 대기실. 물론 이런 곳에 발을 디딘 것도 처음이다. 간소한 테이블과 로커가 있는 방에서, 셋은 렌코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근데, 설마 교토까지 출장 올 줄은 몰랐어. 여전히 인기 대단한걸.」

「여기 오너가 도쿄에서 라이브를 들은 모양이야. 자기네에서도 라이브 해달라고 부탁받았어. 여비 내준다고 하기에 보유토카이도(卯酉東海道) 타고 왔어.」


보유토카이도. 교토와 도쿄를 연결하는 대동맥인 지하신칸센이다. 그 말은 역시, 그녀들은 렌코의 도쿄시절 때 알던 사이인 것 같다.


「아, 소개할게. 이쪽은 메리, 내 서클 동료.」

「……마에리베리․한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내게, 바이올린 소녀가 「메리씨, 라고 불러도 될까.」라고 미소 지으며 손을 내민다.


「내가 《TRIP-RHYTHM》 리더인 루나. 본명은 키사라기 츠바사(如月翼). 잘 부탁해.」


키사라기. 2월이라는 뜻이다. 《달》이 들어가니까 《루나》이리라고 납득한다.


「나는 멜. 트럼펫 담당~. 본명은 요시타 란(陽下蘭). 잘 부탁해~♪」


트럼펫 소녀는 연주 소리만큼이나 밝게, 곱슬머리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꼬면서 웃었다.


「그리고, 이쪽이 키보드 연주하는 리카. 본명은 호시노 리카(星野里佳).」

「안녕!」


같이 서있으면 키보드 소녀가 제일 몸집이 작았다. 척 하고 경례를 하고, 그녀는 나와 렌코를 번갈아 보면서, 어쩐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메리씨, 렌코랑 친구하는 건 힘들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는 키사라기씨에게, 나는 애매한 웃음으로 대답한다. 뭐 확실히, 여러 가지로 크게 몇 번인가 겪긴 했지만.


「키사라기씨는, 렌코랑 어떻게 아셨나요?」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어. 우리가 《TRIP-RHYTHM》이 되고 첫 라이브를 우연히 와줘서 있지, 그 뒤로 후원해주고 있어.」

「팔아준 티켓 요금만큼 출세하면 갚는다는 약속은 잊지 않았어, 츠바사.」

「알고 있다니까.」


웃으며 말하는 렌코에게 카사라기씨는 허물없이 어깨를 두드린다. 그 행동에, 도쿄에 있었던 내가 모르는 렌코의 생활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렌코의 인맥은 놀라울 정도로 넓다. 무례할 정도인 행동력에 마이 페이스면서도 어쩐지 붙임성 있는 모습이, 그녀와 사람이 연결시키도록 하는 것일까. 나로서는 좀처럼 흉내도 낼 수 없다.


「메리씨는, 우리 곡을 들은 건 처음이야~?」


트럼펫의 요시타씨가 내게 말을 건다.


「아 그게, 네. 뭔가 신기한 음악이었어요.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신기하다, 라.」


건반처럼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면서, 호시노씨가 중얼거렸다.


「다섯 번째 곡이 특히 좋았어요. 그리고――」

「《토노환상이야기》? 그렇구나~, 처음으로 듣는 사람들한텐 역시나 인기라니까~」


요시타씨가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그 곡이에요, 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용하는 악기에 비해, 곡은 무슨 일본풍이지? 그 위화감이 중독된다니까.」


위화감. 렌코가 사용한 단어에, 뚜렷하지 않았던 감상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그래, 위화감이구나. 사용하고 있는 악기의 위화감. 연주 소리와 곡조의 위화감, 그 어긋남이 어쩐지 신기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느낀 위화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지만.


「그런데, 뒤풀이는 어떻게 할 거야?」


호시노씨가 목소리를 높이자 키사라기씨가 대답했다.


「오너가 가게를 잡아둔다고 했으니까 거기로 가자. 렌코랑 메리씨도 괜찮다면.」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나는 당황했다. 무대 뒤로 온 것만으로도 예상외의 전개인데, 뒤풀이까지 따라갈 줄은 전혀 몰랐다.


「어라, 말 안했었나?」

「말 안 했어.」

「뭐 어때. 어차피 한가하지? 느긋하신 메리씨.」


전혀 기죽지도 않고 메리는 웃는다. 나는 크게 한숨을 흘렸다.






      四


「그럼, 건배.」

『건배―!』


결국, 어쩐지 모르게 나는 렌코와 함께 《TRIP-RHYTHM》의 뒤풀이에 끼어들고 있었다. 장소는 라이브 하우스에 가까운 선술집. 토요일 밤인 만큼 가게 안은 붐비고 있었다. 일요일을 앞두고 마음대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좁고 어두운 가게를 울리고 있다.


「재차 말하지만, 멜도 리카도 수고했어.」


건배를 재창한 키사라기씨가 그렇게 말하는데, 요시타씨와 호시노씨는 전혀 상관 않고 전채 요리를 먹고 있다. 어쩔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이는 키사라기씨에게, 「여전히 두 사람 돌보기는 힘들겠구나.」라고 렌코가 웃는다. 그 손에 들린 잔은 벌써 반절 비워져있다. 나는 테이블 구석에서 논 알코올 칵테일을 마시면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루나 언니, 이거 맛있어. 이 타코와사.」

「리카, 내가 고추냉이 싫어하는 거 알고 그러는 거지.」

「여기요~, 시저 샐러드랑 꼬치구이모둠주세요~.」

「아, 여긴 맥주랑 닭 연골.」

「그럼 난 물두부.」

「루나 언니, 또 할머니처럼 냄새나는 것만 먹고, 늙는다구?」

「시끄러워, 리카야말로 느끼한 것만 먹으면 피부 안 좋아져.」

「나는 루나 언니랑 다르게 젊으니까 괜찮은걸―.」

「한 살밖에 다르지 않거든~」


북적북적 소란스러운 테이블에, 나는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 하고 생각한다.

주역인 세 명과 옛날부터 아는 사이인 렌코는 괜찮다. 하지만 나는 외부인이다.

……역시, 이런 회식 자리에 있는 것 서투르다. 어떤 위치에 있어야 좋은 것인지, 그 자리에서 판단이 잘 서질 않는다.


「메리씨는 뭐 먹을래?」


호시노씨가 말을 걸어, 나는 퍼뜩 메뉴로 시선을 옮겼다.


「음…… 그럼, 계란말이로.」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 순간 눈에 들어온 메뉴를 말했다. 계란말이라면 무난하고 좋다. 나도 좋아하고.


「그런데 세 명 모두, 내일은 어떻게 돼?」


갑자기 렌코가 묻자, 키사라기씨는 주문한 닭모래집을 입에 넣으면서 대답했다.


「대충 교토 관광하고 나서 돌아갈 예정이야. 나랑 멜은 어쨌든, 리카는 학교 가야 하니까.」

「부지런한 학생은 평일에도 학업에 종사한답니다.」

「아아, 나는 아르바이트도 있으니까~. 이번 달도 돈이 없어~」


호시노씨가 어째선지 경례를 하면서 대답하고, 요시타 씨가 쓰게 웃는다. 애써 교토까지 불려오는 인기 밴드이면서도, 역시 그것만으로 먹고 살기는 어렵구나.


「저기, 《TRIP-RHYTHM》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계속 조용히 있는 것도 실례일 것 같아, 회화에 틈이 생기는 타이밍에 적당한 질문을 꺼냈다. 음악적 지식은 없으니까, 그 근처로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는 들어도 잘 모른다. 그렇다고 그 외에 회화할 주제도 생각나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


「응? ――의미라.」


갑자기 멤버 세 명이, 순간 눈짓을 주고받은 것처럼 보였다. 희미한 긴장감이 생긴다. 그러나 원래부터 그런 건 없었다는 듯이 선술집의 활기 속에 녹아 사라졌다.


「말 그대로야~. 여행하는 것 같은 하이텐션 리듬으로 연주하는, 그런 의미~.」


요시타씨가 대답하고, 키사라기씨와 호시노씨도 수긍했다.


「덤으로 말하자면, 《TRIPLE-ISM》이기도 해. 그런 이중의미로.」


삼인조니까 《트리플리즘》인가. 그렇군요, 하고 나는 끄덕였다.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라이브에서 딴 세계로 여행하다 쓰러지는 손님도 있지?」

「가끔 그런 일도 있긴 해.」


렌코의 말에, 키사라기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계속 세 명이서 하셨나요?」


나는 계속해서 묻는다. 말하고 나서, 밴드명이 《TRIPLE-ISM》이라는 의미라면 당연히 세 명이겠지, 하고 깨닫는다. 바보 같은 질문이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마는데,


「……아니, 옛날에는 한 명 더 있었는데.」


작게 키사라기씨가 중얼거리자, 순식간에 왠지 굉장히 거북한 침묵이 떨어졌다.

――뭔가, 접해선 안 되는 것을 접하고 말았나.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렌코를 바라본다. 하지만 렌코도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빡이고 있다.


「기다리셨습니다, 물두부와 계란말이입니다.」


그 분위기를 가른 것은 요리를 가져온 점원이었다. 긴장된 분위기가 금세 풀어져 「오, 맛있겠다.」하고 호시노씨가 눈을 빛냈다.

결국 분위기가 변한 것은 그때뿐으로, 그 후는 요시타씨와 호시노씨가 시끌벅쩍 떠들고, 키사라기씨와 렌코가 추억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나는 구석에서 홀짝거리며 논 알코올을 마시는 구도로 회식은 진행됐다.

자리가 불편하다, 라는 건 아니다. 술을 마시면서 떠드는 건 원래 익숙하지가 않으니까, 구석에서 홀짝이는 것이 오히려 성에 맞다.

――다만, 내가 질문했을 때에 느낀, 약간의 긴장과 거북한 침묵.

그것이 왠지, 내 의식에 남아있어 떨어지지 않았다.






      五


회식이 끝나고, 렌코와도 헤어져 방에 돌아왔을 때는, 날짜도 변하는 시간이 돼있었다. 그대로 자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깨닫고 보니 나는 PC를 키고 있었다. 그녀들에 대해 조금 더 제대로 알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검색해보니, 《TRIP-RHYTHM》의 정보는 간단하게 손에 들어왔다. 결성은 이년 전.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스트루먼트 아마추어 밴드――라는 것이 공식 사이트의 소개였다. 라이브 정보의 게시나 악곡 다운로드도 제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공식 사이트 이외의 정보도 찾아본다. 종합음악정보 사이트의 특집 기사도 있다. 독자성이 강한 곡과 사운드로 인스트루먼트 밴드로서 이례적인 카리스마와 인기를 자랑하는 밴드 어쩌고. 생각보다 그쪽 방면에서는 유명한 밴드였던 것 같다.

좀 더 깊은 검색망으로 들어가 보지만, 대체로 공식에서 봤던 정보만이 보였다. 그러려니 하고 브라우저를 닫으려는데――문득, 어떤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게시판의 로그였다. 도쿄의 아마추어 밴드 전반을 다루는 게시판인 것 같다. 그 중에, 《TRIP-RHYTHM》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건 어쨌든――.


결국, 유령시절은 흑역사인가?


공식에서 아무런 말도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


레이라 좋아했는데 말야. 왜 탈퇴한 걸까.


분명히 《TRIP-RHYTHM》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그런 회화가 행해지고 있었다.

유령시절, 레이라, 탈퇴. ――키사라기씨의 말을 기억해낸다.


『……아니, 옛날에는 한명 더 있었는데.』


가십적인 흥미인 건 깨닫고 있으면서도, 나는 검색 워드를 추가했다. 「TRIP-RHYTHM 유령 레이라」… ――검색.

정보는 눈 깜짝할 순간에 나타났다.


「《RIVER'S GHOST》…….」


그것은, 명백하게 《TRIP-RHYTHM》의 전신이라고 할 만한 밴드였다. 멤버는 루나, 멜, 리카 세 명에―― 한명 더. 레이라, 라고 하는 이름의 소녀였다.

조사 결과, 레이라는 보컬이었던 것 같다. 보컬인 레이라가 2년 전에 탈퇴한 것으로 《RIVER'S GHOST》는 일단 해산하고, 인스트루먼트 밴드 《TRIP-RHYTHM》로서 재결성했다는 흐름이다.

그러나, 조사할 수 있었던 건 거기까지였다. 탈퇴한 레이라라고 하는 보컬리스트에 대해서는, 검색을 거듭해도 그 이상은 알 수 없다. 적어도 《RIVER'S GHOST》탈퇴 후에 음악활동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


브라우저를 닫아 침대에 쓰러지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나 참, 이런 걸 조사해서 어쩔 셈인 걸까. 공식 사이트에 게시되지 않은 과거의 활동. 회식 때 반응을 보면, 그녀들로서는 그다지 알려지고 싶지 않은 것일 텐데.


「……렌코의 악영향이야, 분명.」


정말, 그렇다. 호기심만으로 여러 일에 불쑥 들이미는 그녀의 영향이다.

그런 걸로 해두고, 나는 눈을 감는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그녀들은 도쿄로 돌아간다. 그렇게 하면 이제 만날 일도 없다――.

문득 일어나, 한 번 더 PC로 향했다. 공식사이트에서 악곡 다운로드를 확인하자, 리스트 안에는 그 곡이 있었다. 오늘 라이브의 두 번째 곡, 《팬텀․앙상블》

클릭해보니, 그 곡이 흘러나온다. 라이브의 생음과 PC의 싸구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와는 박력이 전혀 달랐지만――그렇지만.

역시 내게는, 피아노와 트럼펫과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경쾌한 사운드가, 어쩐지 아련하게 들려왔다. 이렇게 맑고 밝은 곡인데도.

어째서일까, 하고 눈을 가늘게 뜬 나는, 갑자기 그 곡의 정보를 눈치 챈다.

곡 데이터 한쪽 구석에 작게 쓰인 것은 작곡자의 이름.


 ――composed by Layla.







      六


다음날인 일요일은 공교롭게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코앞에 두고 있는 리포트도 없었기에, 오늘은 독자의 날이라고 정한 나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다시 읽고 있었다. 렌코에게 권유받았기 때문은 아니지만, 렌코와의 대화가 계기이기는 했다.

처음으로 읽은 건 삼, 사 년 전이었을 것이다. 다시 읽어보고, 내 안에 제 4장의 불가해함이 생각보다 인상적으로 남아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 1장이나 제 2장이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지만, 자세한 기억은 뚝하고 떨어져있다. 반면에 제 4장은 다양한 세부적인 이미지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렌코의 이야기에 떠올랐다는 점도 있겠지만.


「나 말이야, 어릴 때, 책 읽으면서 누구누구 지음, 같은 의미는 잘 몰랐어. 책에 작자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던 거야. 어느 책이라도 표지에 『XX작 ․ 그림』이라고 써 있잖아? 그게 무슨 소리인지 꽤 한참 고민했었어.」

「그럼, 책은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나요?」

「글쎄―.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선가 싹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쑥쑥 자랐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책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생각해서 쓴다고 깨달은 건 초등학교 삼학년 즈음이야.」


이것은 제 2장 「이즈모 야상곡」에서, 침대 열차를 타고 이즈모로 향하는 편집자 두 사람이 주고받는 회화이다. 확실히 책을 읽고 있으면, 이건 정말 사람이 생각한 이야기인가, 하고 믿을 수 없게 되는 작품이라는 게 있긴 하다. 이 세계에는 《책이 열리는 나무》가 어딘가에 있는 건 아닐까――서점에 널린 방대한 책에 그런 이미지를 겹쳐보면, 그것은 굉장히 매혹적으로 생각됐다.

제 2장은, 환상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작자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편집자 두 사람이 추리하는 이야기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 추리 과정에 매료되어 이런 회화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다시 읽는 건 이런 점이 있으니까 재밌다. 자신의 변화에 맞춰, 작품이 보여주는 것도 바뀐다. 처음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제 삼장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를 반쯤 읽고 있자, 휴대폰이 통화 착신을 알렸다. 책갈피를 사이에 꽂고 문고본을 덮는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아, 메리, 지금 한가해?』


갑작스러운 목소리는 렌코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시계를 본다. 점심 전이었다. 시간을 깨닫고 보니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다.


「공교롭지만 독서로 바빠.」

『오케이. 한가하면 밥이라도 먹으러 갈래?』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아니, 렌코의 경우는 듣고서 이러는 걸까.


「이 빗속에?」

『응? 괜찮아, 보슬비가 됐고, 일기예보에서는 오후부터 갠다고 했으니.』


창을 바라본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긴 하지만, 구름 사이로 빛이 비치고 있다.


「……뭐, 괜찮은데. 어디로 갈려고?」

『글쎄, 어쨌든 역에서 만나고 생각하자. 아, 그 세 명도 같이 가니까.』

「어? 잠깐――.」

『그럼, 12시에 서쪽 출구 앞 책방에서 보자.』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렌코는 전화를 끊었다. 침묵한 휴대전화를 내려 보면서,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평소대로라고 한다면 평소대로지만.

그 세 명―― 《TRIP-RHYTHM》의 세 명이겠지. 교토 관광을 한다던가 그랬으니까, 렌코가 안내역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꼬르륵, 하고 배가 울었다. 12시에 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다지 시간이 없다. 이렇게 렌코에게 휘둘리는 것도 익숙해진 자신에게 조금 기가 막히면서, 나는 외출의 준비를 했다. 읽던 도중인 『삼월』은 일단 가방에 넣어두기로 했다.

우산을 한 손에 들고 맨션을 나오자, 렌코가 말한 것처럼 밖은 이슬비가 되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쪽을 바라보자 맑은 하늘이 엿보이고 있다. 일기예보대로 이제 개는 것일까. 우산은 거추장스러울지도 모른다.

방해가 된다면, 불러낸 렌코가 들라고 하자.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역을 향해 도로의 타일을 걷기 시작했다.




「기다렸지, 메리.」


평소대로지만, 불러낸 주제에 렌코는 늦게 모습을 나타냈다.


「삼분 십이초 지각.」


손에 들고 있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빙과(氷菓)』를 선반으로 올리면서, 나는 렌코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어제 보았던 세 명이 있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어디로 먹으러 갈까?」


평상시 둘이 서점에 들어가면, 취향껏 읽고 싶은 책을 찾아다니면서 삼십분은 가볍게 잡아먹지만, 동행이 있는 탓인지 렌코는 거두절미했다. 뒤에서 호시노씨가 「우에―」하고 어쩐지 심기 불편한 것 같은 소리를 낸다.


「교토까지 와서 도쿄에도 있는 체인점은 재미없잖아.」

「그런 명당 가게는 렌코가 잘 알지 않아?」


서점을 나와 목적도 없이 걸으면서, 렌코는 두리번두리번 시선을 돌려댔다.


「별로 아무 거나 상관없어, 우리는.」

「그렇게 비싼 가게만 아니라면야~.」

「그래 맞아. 어차피 정크 푸드에 익숙해진 가난한 혀니까.」


뒤의 세 명은 그런 소릴 하자, 렌코는 「『아무 거나』는 데이트의 금지어가 아니었어?」하고 대답했다. 「어차피 상대도 없답니다-」하고 호시노씨가 투덜대자, 키사라기씨와 요시타씨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이유로, 역 앞에 있는 국수 가게가 타협점이 됐다.


「그나저나, 모처럼 관광하자고 마음먹었는데 비라니. 그래도 긴카쿠는 봐두었지만.」

「악취미적인 건물이지―.」

「어느 시대든 권력은 허세로 돼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


각자 마음대로 주문을 하면서, 세 명은 시끌벅적하게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돌아갈 예정은 언제인가요?」

「저녁에. 교토에서 도쿄까지 가는 것보다, 보도쿄(卯東京)역에 도착하고 나서 집에 돌아가기까지가 시간이 더 걸린다는 건 좀 불합리하지만…….」


팔짱 낀 키사라기씨가 신음한다. 도쿄-교토가 오십삼 분이면 갈 수 있긴 해도, 도시 지역을 구성하는 철도망은 그렇게까지 빠르게 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렌코, 교토 관광 안내라면 내가 아니고 아키(阿希)를 불러야 되는 거 아니야?」

「히메다(姫田)씨? 아―, 그것도 그러네.」


내 소꿉친구인 히메다 아키는, 대단한 역사 마니아로서 지금은 일본사 연구실 소속 학생이다. 그녀를 부르면 여기저기서 역사상의 다양하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뭐, 괜찮아. 메리도 모처럼의 인연이니까. 같이 가지 않을래? 어차피 한가하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다른데.」

「우선, 여기서 가까우니까 산쥬산겐도라도 갈래? 그리고 키요미즈. 조금 걷겠지만.」

「난 그걸로 괜찮아.」


그러나 렌코의 권유에 대답한 건 키사라기씨였다.


「우에―, 또 절이야? 좀 더 젊은 곳으로 가자, 루나 언니.」

「교토에 그렇게 젊은 오락이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야~.」


호시노씨가 볼멘소리를 높이자, 요시타씨가 옆에서 쓰게 웃는다.


「도쿄랑 다르게 교토엔 테마파크 같은 건 없어.」


렌코의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좁은 테마파크나, 쇼핑몰이라던가, 그렇게 오래되고 서민적인 오락시설은 교토에 좀처럼 없다.


「서민적이구나, 도쿄는. 나는 간 적 없는데.」

「그야 뭐, 교토에 비하면 시골인걸.」

「흐흥, 촌놈이시다!」


나와 렌코의 대화에, 호시노씨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결국, 그밖에 재미있는 장소도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키사라기씨가 바라는 절 순회로 결정 났다. 「가끔은 리카도 불상에 빌어보면 어때? 안정이 돼.」 라는 키사라기씨에게, 「아―싫어싫어, 나이 먹고 싶지 않아―.」라고 호시노씨는 듣지도 않았다. 사이가 좋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렇게 해서 산쥬산겐도를 나올 즈음에는, 비는 거의 그치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있는 것은 나뿐이고, 다른 네 명은 신경 쓰는 기미도 안 보인다. 어쩐지 바보 같아서 결국 나도 도중에 우산을 거두었다.


「비가 개는 건 좋구나~. 두근두근해~.」

「멜 언니는 언제나 그런 텐션이면서.」

「명랑하고 밝게 해피럭키야~」


호시노씨의 손을 잡으면서, 요시타씨가 스텝 하듯이 앞질러간다.

그 모습을 어쩔 수 없다면서 바라보는 키사라기씨가, 갑자기 이쪽을 돌아보았다.


「메리씨는, 교토 토박이?」

「아, 아뇨 ……예전에 잠깐, 친가쪽 나라에서 몇 년 정도.」


태어난 건 교토지만,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몇 년 정도 이 나라를 떠나, 친가쪽 나라로 돌아갔었다. 가족은 아직 그쪽에 살고 있으니까 지금 나는 혼자 살고 있다.


「그렇구나…… 음, 저기.」


키사라기씨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어, 내게 내보였다.


「……이 아이를, 본 적 없으려나.」


그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나란히 서있는 네 명의 소녀. 지금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인상의 키사라기씨, 요시타씨, 호시노씨가 엎치락뒤치락 얼굴을 맞대고, 그 중심에는 한 명 더 있었다.

긴 머리칼의 소녀가, 연약한 미소를 띠고 있다.


「……레이라씨?」


무심코 내가 말한 이름에, 키사라기씨가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아…… 알고 있었어?」


그 말에,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사진 속 소녀는, 《RIVER'S GHOST》 보컬리스트 레이라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본 적 있어?」란 어쩐 일인가. 어쩔 수 없네, 라며 머리를 긁적인 키사라기씨는 사진을 되돌리고 한숨을 쉬었다.


「우리들이 《TRIP-RHYTHM》이 되기 전의 일은?」

「그게, 조금 조사를 했더니 나와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숨기고 있던 것도 아니고. 조사하면 바로 아니까.」


역시 너무했던 걸까, 하고 몸을 움츠리는 내게 키사라기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확인하는데……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라며 키사라기씨는 끄덕였다. 사람 사진을 보여주면서 「본 적 없어?」라고 묻는다――그 의미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그건 어째서일까?


「……그래, 레이라를 알고 있다면, 이만큼 물어놓고 끝낼 수도 없겠지.」

「아, 아뇨 ……딱히 그렇게, 캐물을 생각은.」


생각이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다. 당황하며 고개를 젓는 나에게, 키사라기씨는 「괜찮아」라며 웃는다.


「――2년전까지, 우리들은 네 명이서 밴드를 했었어. 《RIVER'S GHOST》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레이라―― 아마미야 레이카(雨宮怜香)는, 우리 보컬이었어.」


앞에서 떠들면서 걷는 요시타씨와 호시노씨, 그리고 함께 웃고 있는 렌코를 바라보면서, 키사라기씨는 먼 산을 바라보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던 햇빛이 또 쏙 들어가, 캄캄함이 주변을 감쌌다.






      七


나와 란, 리카, 그리고 레이카 네 명은 소꿉친구야. 옛날부터 뭘 하든 함께였어. 지금은 내가 앞에 나서고 있지만, 원래 리더는 레이카였어. 레이카는 리카와 동갑이었지만, 뭐랄까, 반짝이는 게 있었어. 사람을 이끄는 분위기가 말이야. 언제나 레이카를 중심으로 모여서, 네 명이서 떠들썩하게 보냈었지.

본인은 굉장히 차분한 성격이었지만, 만일의 경우 결단력은 확실하고 판단도 언제나 올발랐어. 연상인 나나 란도, 레이카가 말하는 것이라면 꼭 따랐었어.


나는 바이올린, 리카는 피아노를 어렸을 때부터 했었는데, 란이 트럼펫을 시작한 것도 그 영향이었어. 왜 트럼펫을 골랐는지 잘 모르겠지만. 레이카만 악기를 특기로 하지 않았었는데, 레이카는 노래를 잘 불렀으니까. 리카의 피아노에 맞춰서 초등학교 음악실에서 자주 노래하곤 했어. 물론 모두 어디까지나 취미――라기보다는, 나와 리카는 배워보고 싶을 뿐이었지만. 처음에는.


레이카가 「밴드 하자」고 한 건 중학생 때였어. 처음은 우리도 당황했지. 드럼이나 기타도 할 줄 모른다고 우리가 말하니까, 레이카는 「츠바사한테는 바이올린이 있잖아. 란한테는 트럼펫이.」라고 말했어.

피아노랑 바이올린이랑 트럼펫 밴드. 그런 것 본적도 없으니까, 무슨 농담이려니 처음엔 생각했어. 근데 레이카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세 명이서 할 곡도 생각해뒀어.」하고 악보까지 만들어온 거야.

그 곡이, 어제 우리가 앙코르에서 했던 《천공의 화려한 도시》였어.

제일 놀란 건 우리들이야. 피아노랑 바이올린이랑 트럼펫이라는 편성으로 그런 곡이 태어난 거니까. 상의한 우리들의 연주를 듣고, 레이카는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어. 「어때, 멋있지?」하고.

그치만 레이카는 곡을 만들기만 하고, 자기가 노래하리라고는 생각도 안한 모양이야. 「이제 보컬만 찾으면 완벽하네.」라고 말하니까, 그때 세 명이서 매달렸어. 「레이카가 있잖아!」하고 리카가 외쳐도, 레이카는 거절했어. 어째선지, 말을 꺼낸 건 레이카면서도, 레이카를 보컬로 삼기 위해 우리들이 설득한 꼴이 돼버렸어.


어쨌든, 그럭저럭 《RIVER'S GHOST》는 결성됐어. 이름을 붙인 건 역시 레이카. 우리들 집이 강가에 있었던 데다가 유령처럼 몰래 활동하는 밴드란 뜻이야. 그러고 보니 레이카는 영어에 약해서, 《리버즈 고스트》의 스펠링을 처음에 《REVERS GHOST》라고 적었었지. 그러면 거꾸로잖아, 라며 우리 셋은 엄청 웃었었는데.

처음엔 정말로 취미일 뿐인 밴드여서 방과 후에 빈 교실에서 연습할 뿐이었는데…… 학교 축제에서 라이브를 했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말이야. 다른 밴드가 권유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밴드생활에 빠져들었어.


그리고는 순식간이었어. 레이카는 점점 여러 곡을 만들고, 가사는 나하고 란이 썼어. 라이브 하우스에서 연주를 계속하는 동안 점점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깨닫고 보니 우리는 그 일대 아마추어 밴드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기밴드가 됐지 뭐야.

즐거웠어. 수많은 사람이 레이카의 노래를, 곡을, 우리들의 연주를 좋아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늘어나고. 프로가 되는 건 정말 생각도 못했어. 그저 즐거웠으니까 열심히 라이브를 했을 뿐이야. ……그때는 정말로 행복했었어.

그치만, 있지. ――프로가 되지 않겠냐는 권유가 있고 나서, 뭔가 이상해졌어.


요즘, 음악으로 먹고 사는 건 힘든 일이야. 우리는 진심으로 프로를 노렸던 것도 아니야. 단지 레이카가 만드는 곡을 연주하는 게 즐겁고, 거기에 맞춰서 노래하는 레이카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쭉 밴드를 했을 뿐이니까―― 고민했어. 모두들 아직 고등학생이기도 했고.

적극적이었던 건 란이었고, 나는 소극적이었어. 리카는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 다음은 레이카가 어쩔 것인가――결국 그거지. 레이카가 프로가 되겠다고 말하면 프로. 아마추어로 있겠다면 그대로. 우리들은 그럴 생각이었어.

하지만, 그게 오히려 레이카를 고민하게 만들어버렸던 건가봐.


레이카가 어떻게 하고 싶었는지, 결국 마지막까지 레이카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모르겠어. 하지만 레이카는 몹시 고민했었어.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목소리가 잠겨 라이브 도중에 노래 할 수 없게 됐던 적도 있었으니까. 레이카가 너무 고민하는 것 같아서 세 명이서 역시 프로에 대한 이야기는 거절하자고 결정하고, 그렇게 레이카한테 전한 적도 있어. 하지만 레이카는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하기만 하고, 그치만 결국 아무 것도 말해주지도 않은 채.

그렇게, 레이카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 앞에서 사라졌어.


레이카는 원래 철이 들기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니랑 단 둘이 지냈어.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친척에게 거두어졌다――학교에서는 그렇게 설명했어.

우리들한테는, 아무 말도 안하고.

그래, 마치 유령처럼 사라져버렸던 거야.


레이카가 사라지니까, 프로에 대한 이야기도 점차 사그라졌어. 보컬도 잃고, 《RIVER'S GHOST》도 활동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어. 딸칵하고,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그대로였다면, 분명 우리들에게 있어서 음악 그 자체도 멈춰버렸겠지.

그런데…… 그런 어느 날, 우리 집에 봉투가 와있었어.

발신인의 이름은 없었어. 봉투 안에는 메모리 스틱이랑, 작은 편지지가 들어있었어. 편지지를 열고, 나는 숨을 들이켰어. 거기에는 익숙한 레이카의 글씨가 있었던 거야.


미안해요.

나는 이제 노래할 수 없지만, 모두의 연주는 계속 듣고 싶었어요. 그건, 사실입니다.

만약, 믿어준다면, 멋대로 사라진 유령의 이기적인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세요.

《TRIPLISM》라는 이름으로, 부디 세 명이서 밴드를 계속해주세요.

저는, 그곳에 있습니다.

――레이라로부터, 내 보물 빛들에게.


그리고, 메모리 스틱 안에는, 레이카가 써두었던 곡 데이터가 들어있었어.

그 수는, 지금까지 우리가 《RIVER'S GHOST》일 때 했던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됐어.

――지금, 우리가 연주하고 있는 것도, 전부 그 때 레이카가 남긴 곡이야.


어제, 메리씨가 밴드명의 의미를 물었었는데, 본래 의미는 분명 《TRIPLE-ISM》쪽이었을 거야. 그걸 《TRIP-RHYTHM》이라고 바꾼 건 리카의 생각이었어. 《트리플리즘》이면 어감이 나쁘다는 명목이었지만――《트리플리즘》이면 《세 명》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우리들은 역시, 네 명이서 밴드를 하고 싶은 거야.


사실, 레이카가 어떤 의미를 거기에 담았는지, 아직도 몰라. 「저는, 그곳에 있습니다.」라는 의미도. 그리고, 레이카가 어디에 있는지도.

그러니까 우리는, 라이브를 하면서 언제나 찾아다니는 거야. 여기저기 라이브로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레이카가 우리들의 라이브를 들으러 와주는 건 아닐까 하고.

그때, 레이카가 남긴 곡을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우리는 밴드를 계속하고 있어.

우리는 사라진 유령이 돌아오는 것을, 그 시절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거야――.






      八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키요미즈데라로 향하는 비탈길,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 근처에 접어들고 있었다. 「재미없는 이야기라서 미안해.」라며 키사라기씨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은 건지 모른 채, 여전히 기운 넘치게 앞에 가고 있는 요시타씨와 호시노씨를 바라보았다.


「메리, 왜 그래?」


렌코가 갑작스럽게 질문하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아, 아무 것도 아니야.」

「그래? 츠바사랑 뭔가 이야기하고 있길래, 마음 맞는 일이라도 있었어?」

「그녀는 안 뺏을 거니까 안심해, 렌코.」

「그러니까 아니라니까요.」


쓴웃음 지으며 말하는 키사라기씨에게,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뭐, 그럼 됐고.」


빙글 모자를 고쳐 쓰면서, 렌코는 또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등을 바라보면서, 작게 숨을 쉬었다.


「……지금 이야기, 렌코는.」

「모를 거야, 말 안했으니까. 레이카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옛 친구인 렌코도 모르는 이야기를, 어제까지 전혀 남남이었던 내가 들어도 괜찮은 걸까.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마.」


키사라기씨는 그렇게 말한다. 나는 렌코의 등을 보면서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그 호기심 덩어리인 렌코가?


「메리씨. 혹시 어딘가에서 레이카를 본다면, 괜찮다면 전해줘. 어째서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사라졌는지, 《트리플리즘》이 실은 어떤 의미였는지―― 그것을 모르는 한, 우리들은 밴드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다고.」


키사라기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딘가 연약하게 웃었다.

가려져있던 햇빛이, 다시 구름 사이로 드리워져, 오후의 햇빛이 주변을 비추었다.




「오~, 절경이야 절경이야~.」

「멜 언니, 위험하다니까.」


키요미즈의 무대로부터 뛰어내릴 각오, 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이렇게 내려다보니 굉장히 높다. 건물이 낮았던 옛날을 생각해보면, 이 높이는 아득할 정도였을 것이다.


「근데, 여기서 뛰어 내려도 나무에 걸려서 괜찮을 것 같은데.」


무대 아래를 들여다보면서, 렌코가 그런 말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어들어서 운이 좋다면 어떻게든 될 테니까.」

「그래도, 우연히 살아나는 게 전부라면 뛰어내리는 보람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거잖아.」

「듣고 보니 그러네.」


여전히 쓸모없는 회화에, 곁에서 듣고 있던 키사라기씨가 뿜었다.

비가 거의 그쳤기 때문인지,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수학여행 온 학생과 취미 여행 중인 집단이 우르르 걸어가는 모습도 있었다. 태평한 신불의 세계는 수많고 잡다한 떠들썩함으로 가득하다.

그 떠들썩함 속에서, 「아」하고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이끌리듯이 사람들이 시선을 올린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가리킨다. 무심코 우리도 하늘을 올려보고, 소리를 높였다.

비가 그쳤기 때문일까, 하늘에는 덩그러니 무지개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오, 예쁘다―.」

「키요미즈 무대에서 무지개를 보다니, 행운이네~.」


호시노씨와 요시타씨가 소리를 질렀다. 빨강에서 보라까지 이어지는, 일곱 가지 색의 프리즘. 비가 갠 뒤, 하늘에 떠오르는 활――레인보우라고 이름붙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영단어로서는 상당히 일본어적인 의미로, 나는 마음에 든다.


「그러고 보니, 무지개 색깔 개수는 문화권에 따라 다른가봐. 미국에서는 여섯 가지였지, 아마.」

「그래?」

「남색이 없다나봐. 뭐,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엷게 떠있는 무지개를 가늘게 눈뜨고 바라보면서, 나는 문득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제 3장을 떠올렸다.


「무지개랑 구름이랑 새랑, 뭐가 좋아?」


제 3장의 제목이기도 한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의 관용구가 등장하는 장면. 다시 태어나면 그 셋 중에 무엇으로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그 장의 히로인인 시노다 미사오(篠田美佐緒)는 대답한다.


「무지갠지 구름인지 고민되지만, 무지개.」

「무지개?」

「멋있잖아. 갑자기 나타나고, 또 슥하고 사라지고. 멋진 점만 가지고 있잖아. 예쁘고, 수수께끼고, 뒷말 없고.」


그렇게 대답한 그녀가 벼랑으로부터 떨어져 죽은 장면으로부터 제 3장은 시작하고, 그녀의 주위 사람들이 그 죽음의 수수께끼를 뒤쫓는다. 온다 리쿠의 《소녀 소설》취향적인 부분이 강하게 나와 있는 장으로,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어딘가 《무섭다》는 이미지를 느꼈다. 무엇이 무서웠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희미한 무지개는 점차 희미해져갔다. 경박한 태양빛에 싹 지워지듯이, 빛의 프리즘은 경치 속으로 녹아든다. 스윽, 뒷말 없이.

빛의, 프리즘.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키사라기씨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재생한다.

유령처럼 사라진 소녀. 남긴 메시지. 《TRIPLISM》. ――《트리플리즘》.


「……있잖아, 렌코」

「응?」

「무지개는, 태양빛이 공기 중의 수분에 분해돼서 생기는 거지?」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하지만, 뭐 그런 거지.」

「그럼―― 예를 들면, 달빛이나 별빛에서도, 무지개는 생겨?」


내 질문에 렌코는 눈을 깜빡였다.


「확실히 달빛에서 무지개는 나타나. 문보우라고 해. 별빛으로는 인간 눈에 보이는 무지개는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우주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면, 도플러 효과 때문에 별의 무지개가 보인다는 얘기는 꽤 옛날부터 있었어.」


문보우, 스타보우, ――레인보우.


「고마워.」


내가 말하자, 렌코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나는 개의치 않고, 키사라기씨에게 달려갔다.


「저기, 키사라기씨.」

「응?」

「――레이라, 레이카씨의 성씨는 아마미야(雨宮), 였죠?」

「그런데.」


키사라기씨의 대답에, 나는 무지개가 사라진 하늘을 올려보았다. ――아아, 뭐야, 그랬었구나.


「메리씨?」


수상쩍게 바라보는 키사라기씨에게, 나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저는 레이카씨가 어째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TRIPLISM》의 의미는, 알 것 같습니다.」

「어?」


키사라기씨가 눈을 크게 뜬다.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근처에 있던 요시타씨와 호시노씨도 뒤돌아본다.

그래, 편지 안에 분명한 힌트가 있었다.

――내 보물 빛들에게, 라고. 레이라씨는 분명하게 힌트를 남기고 있었다.


「키사라기(如月), 요시타(陽下), 호시노(星野)―― 달과 태양과 별. 세 명 모두, 빛의 이름이 성씨에 들어가 있죠.」


세 명은 서로 바라보며, 그리고 깜짝 깨닫고 하늘을 올려본다. 무지개는 이제 그곳에 없었다.


「그리고, 레이카씨의 성씨는 아마미야(雨宮). 세 빛과, 비가 합치면――무지개가 생기죠.」


그것은 세 사람의 연주가, 레이카씨의 노랫소리와 합쳐져 울리는 소리처럼.

무지개의 일곱 빛깔이, 도레미 음계와 맞물리듯이.

일곱 색, 일곱 음. ――세 사람의 소리와 한 사람의 노래가 그리는, 세 무지개.


「《트리플리즘》도, 《트립 리듬》도 아니었어요. ――《트리플․프리즘》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분명 스펠링이 《TRIPRISM》이었다면 좀 더 알기 쉬웠을 것이다.

그것을 《TRIPLISM》으로 한 이유는 모르겠다. 단순한 스펠링 실수일지도 모른다.


「세 개의, 무지개……」


멍하니, 키사라기씨는 하늘을 올려본 채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뭐야 그게, 정말, 레이카 바보!」하고 외쳤다.


「루나 언니?」

「멜, 리카, 가자!」

「가, 간다니 어디로~?」

「당연하잖아―― 레이카를 찾으러, 세 무지개가 있던 그곳이야!」


키사라기씨의 말에, 「앗-!」하고 호시노씨와 요시타씨가 얼굴을 마주보며 소리 질렀다.


「그래, 그렇구나! 왜 그렇게 간단한 걸 몰랐던 거지――」

「저는 거기에 있습니다, 라니, 그럼 레이라는――」

「그래, 거기 있다는 거야! 이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바보 같아, 진짜.」


한탄하듯이 얼굴을 가리면서도, 키사라기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넘쳐흘렀다.

그래, 《찾지 말아 주세요.》라는 편지는, 찾아달라는 의미랑 마찬가지다.


「렌코, 미안! 먼저 돌아갈게!」

「어? 츠바사 잠깐, 무슨 일이야?」

「어찌됐건 간에! ――또 올 때는, 네 명이서 만나러 올게!」


혼자만 이야기 고리에서 벗어나있던 렌코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로, 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세 명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버림받은 것 같은 모습에, 나는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렌코는, 세계 구조는 뭐든지 꿰차고 있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끔씩은 내가 앞질러, 비밀을 밝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九


「……그―렇구나. 그 밴드명에 그렇게 깊은 사정이 있었을 줄은.」


결국, 우리들은 그 후, 평소에 들르던 《카페 달시계》에서 얼굴을 맞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끈질기게 캐묻는 렌코에게, 숨겨둘 심산이었던 나도 결국은 말해버렸다. 뭐, 초대면인 내가 알고 있는 사정을, 그녀들과 오래 사귄 렌코가 모르는 것도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렌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던 거야? 알고 가만히 있는 줄 알았어.」

「아니 그게, 츠바사가 설명해주었으면 내가 벌써 똑같은 대답을 해줬을 거야. 너무한걸. 내게는 말해주지 않았던 걸 메리한테 해주다니.」

「인덕이라는 거야.」


내가 웃으며 말하자, 「네네, 훌륭하시네요.」라며 렌코는 커피를 마셨다.


「뭐, 메리의 추리에 덧붙이자면, 레이카씨는 성대 결절인지 뭔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됐을지도 몰라. 라이브 도중에 노래할 수 없게 됐다던가, 편지에서 《나는 이제 노래할 수 없어.》라는 문장이나 프로 권유, 성대 결절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 등. 그 정도만 겹쳐본다면, 그야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편지지를 써서 빙 둘러 말을 남긴 것은, 결절이 나아 또 함께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벌기였다――라고 한다면, 이년이나 눈치 채지 못한 츠바사들이 한심하네, 좀.」


쓰게 웃으며 말하는 렌코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 기운은 완전히 흘러가, 기울기 시작한 햇빛이 거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세 무지개라는 말이, 그 셋에게 있어 어떤 의미였는가 나로서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 그 장소에서 세 명은, 기다리다 못해 녹초가 된 레이카씨를 찾을 수 있겠지. 그리고 언젠가,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인 그녀들이 소리를 연주하는 날이 온다면―― 보유토카이도를 타고 들으러 가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분명 무지개처럼 환상적인 음색이리라고――생각한다.


「있지, 렌코.」


나는 들어 올린 컵을 내려두고, 렌코를 바라보았다.


「――무지개랑 구름이랑 새랑, 뭐가 좋아?」


「내 질문에, 렌코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 훗 하고 웃었다.」


「오, 『삼월』 다시 읽었어?」

「아직 도중이지만. ――렌코는, 새가 잘 어울리려나?」


음-, 하고 렌코는 조금 고민하고, 「새 아니면 구름이지, 어느 쪽이라도 좋아.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어머, 무지개는 싫어?」

「나는 찰나주의자가 아니니까. 오히려 불로불사가 되고 싶을 정도야.」

「헤에, 의외야.」

「그게 말이지, 이 세상의 불가사의를 다 찾으려면, 인간의 일생은 너무 짧잖아.」


그렇구나, 그 부분은 렌코답다. 나는 미소를 흘린다.


「메리는? 느긋하신 메리께서는, 구름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렌코에게 질문을 받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대답은 정해져있다. 아마, 계속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지개가 좋아.」


한 번 더 무지개가 보이지 않을까 싶어 창문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맑음과 비의 경계에 걸리는 다리는, 어쩌면 피안1)과 차안2)에 걸리는 다리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렌코. 무지개의 근원 곳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잖아.」

「어라, 꽤 로맨틱한 관용구를 꺼내들었네.」


――그 세 명은, 무지개의 근원에 있는 보물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인가.

그리고, 내 보물은――.


「내가 무지개가 된다면, 그 보물을, 쭉 곁에 둘 수 있어.」


나는 렌코를 바라보면서, 훗 하고 웃었다.

렌코는 조금 쑥스러운 듯이 컵을 입술에 대며, 「로맨티스트구나.」하고 중얼거렸다.








1) 불교 용어, 진리를 깨달으면 도달할 수 있다고 하는 경지. 현실 세계의 상대적인 지점.
2) 불교 용어, 생과 사․ 고통과 고뇌가 있는 현실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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